[팩트체크] '신도시 땅투기' 의혹 LH직원, 형사처벌 가능성은?

입력 2021-03-05 15:05   수정 2021-03-05 16:44

[팩트체크] '신도시 땅투기' 의혹 LH직원, 형사처벌 가능성은?
LH직원도 부패방지법상 '공직자'…업무상 비밀이용죄 적용시 '7년이하 징역'
업무과정 중 정보 접했다면 처벌 가능…미리 알려졌어도 공식발표 전까지는 '비밀'
실현 이익 없어도 범죄 성립…위법 확정시 부동산 몰수·매도금액 전체 추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미리 입수한 '3기 신도시 지정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불법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아니면 뿌리 깊은 부패구조에 기인한 것인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소개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는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국토부와 LH 전 직원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이들을 형사처벌 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을 형사 처벌하기 위해선 '업무처리 중 얻은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하는데, 합법적인 정보를 활용한 정상적인 투자와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법투기의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3기 신도시 지정 정보는 이미 언론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아직 부동산 처분을 통한 이익 실현 전이기 때문에 불법 이익을 얻은 경우도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 LH 직원도 부패방지법상 '공직자'…부방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 적용 대상에 포함
우선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LH 직원에게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7조의2 및 86조에 따른 '업무상 비밀이용죄'와 '공공주택 특별법' 9조2항 및 57조에 따른 '부동산투기 방지대책 위반죄'가 적용가능한 죄목으로 지목된다.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경우'에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반면 공공주택 특별법상 부동산투기 방지대책 위반죄는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경우'에 적용되는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LH 직원은 부패방지법이 적용되는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동산투기 방지대책 위반죄로만 처벌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부패방지법 2조에 따라 LH와 같은 공기업도 '공공기관'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LH 직원도 부패방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해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의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사 및 수사 결과 불법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LH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높은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로 재판을 받게 된다.
◇ 신도시 지정 담당 직원만 처벌 대상?…업무과정 중 정보 접했다면 처벌
업무상 비밀이용죄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한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신도시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 않은 LH 직원은 형사처벌을 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국토부와 LH가 3일 발표한 자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은 3기 신도시 지정 지역인 광명·시흥 사업본부 근무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직접적 업무 관련성이 없는 LH 직원이 신도시 지정 정보를 미리 알아 부동산 투기를 한 경우라면 업무처리 중 얻은 비밀을 이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판례는 단순히 해당 공직자의 담당 업무가 무엇이었는지만 따질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취득한 동기 및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한 것인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쪽이다.
대법원은 2009년 3월 판결에서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한 것인지 여부는 공직자가 부동산을 취득할 무렵에 담당한 업무, 부동산을 취득하게 된 동기 및 경위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불법행위로 연결된 내부 정보와 업무상 무관한 부서에 소속된 직원이 업무 도중 정보를 접하게 된 경우라도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2006년 11월 판결에서 도로개설 업무에 관한 보고가 이뤄진 업무회의에 참석해 도로개설의 정확한 시기와 구체적 노선안에 관한 내용을 여러 차례 접한 공무원이 개설될 도로 인접 토지를 매입한 사건에서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신도시 지정업무를 직접 담당한 LH 직원뿐만 아니라 업무처리 과정에서 신도시 지정 정보를 접한 직원들도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한 자로 볼 수도 있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정보를 취득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연하게 알려진 정보는 비밀이 될 수 없다?…정부 발표 전까지는 '비밀'
3기 신도시 지정이 이미 언론 등에 의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항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자 정보를 오랫동안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사안이기 때문에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일부 LH 직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내부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에 투자한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법원은 일단 업무상 비밀이용죄에서의 '비밀'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6년 11월 판결에서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않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2015년 11월 판결에선 "설령 도로개설계획이 외부에 공개됐다고 하더라도 아직 구체적 노선계획안이 외부에 알려지지 아니한 상태라면 도로개설계획 및 구체적 노선계획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공적(公的)으로 일반에게 공개되기 전까지는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도 있다.
즉, 정부의 공식 발표에 의해 3기 신도시 지정 지역 정보가 구체적으로 다중에게 전파되기 전까지 해당 정보는 업무상 비밀이용죄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 실제 얻은 이익 없어 처벌 못 한다?…위법하게 얻은 정보로 부동산 구입한 즉시 범죄 성립
불법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이 아직 부동산을 처분하기 전이거나 해당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하기 전이므로 '불법이익'이 실존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업무상 비밀이용죄가 단순히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조항이 아니라 부당하게 업무상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취지의 조항이라는 점을 파악하지 못한데 따른 주장이다.
대법원은 2015년 11월 판결에서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을 취득한 행위로서 그 물건을 매수한 때에 바로 업무상 비밀이용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2006년 1월에도 "물건을 매수한 때에 바로 업무상 비밀이용죄가 성립하는 것이지, 시세가 상승한 다음 이를 다시 처분해 전매차익을 얻음으로써 범죄로 인한 이익을 현실화했다 해서 그때 비로소 범죄가 성립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부동산을 처분해 구체적인 이익을 얻은 때나 해당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한 때가 아니라,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을 매입한 바로 그 시점에 범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 몰수·추징 불가능?…유죄확정시 해당 부동산 또는 매도금액 전체 몰수·추징 가능
한편 업무상 비밀이용죄가 인정되더라도 범죄 이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불법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에게는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와 공공주택특별법상 부동산투기 방지대책 위반죄가 적용될 수 있는데, '몰수·추징 불가' 주장은 공공주택특별법에 몰수·추징 규정이 없는 것만 보고 속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패방지법 86조 3항은 "업무상 비밀이용죄를 범한 자 또는 그런 사정을 아는 제3자가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은 이를 몰수 또는 추징한다"고 규정한다.
업무상 비밀이용죄를 저지른 공직자가 취득한 부동산과 그 재산상 이익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해당 공직자에게 부동산을 매입한 제3자의 부동산과 재산상 이익까지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는 것이다.
관련해 대법원은 2015년 11월 판결에서 "부패방지법 86조 3항의 규정에 의한 필요적 몰수 또는 추징은 범인 또는 그 사정을 아는 3자가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그들로부터 박탈해 범인 또는 그 사정을 아는 3자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함에 그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몰수 및 추징 범위에 대해선 "범죄행위로 취득한 재물 자체를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다면 그 가액 상당을 추징하는 것이며, 재물을 취득하기 위한 대가로 지급한 금원 등을 뺀 나머지를 추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 판례들에 따르면 LH 직원이 불법투기로 매입한 부동산이라는 법원 판단이 확정될 경우 그 부동산 자체를 몰수하고,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매도 차액이 아니라 매도금액 전체를 추징하게 된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hyun@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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