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사태에 파업' 총체적 난국에 외국기업 미얀마 철수 조짐

입력 2021-03-10 10:49   수정 2021-03-11 14:13

'유혈 사태에 파업' 총체적 난국에 외국기업 미얀마 철수 조짐
H&M, 신규물량 주문 중단·호주 에너지기업 원유 탐사 직원 철수
전기 공급 불안정·군부의 경제 지배도 투자 제약 요인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자 외국 투자 기업들이 속속 발을 뺄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다수의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에서 철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군부 쿠데타 직후 코카콜라와 페이스북 등 55개 외국 투자 기업은 미얀마와 현지 직원들을 떠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시민들의 항의 시위와 군부의 유혈 진압 및 파업으로 인해 사실상 경제가 마비되자 시장 철수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기업은 호주 에너지기업인 우드사이드다.
이 회사는 군부에 제출한 서약서에 서명했지만 지난달 27일 미얀마 인근 해역에서 진행하던 원유 탐사 작업에 동원된 직원들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현지에 45개 공급 협력사를 두고 있는 거대 의류 브랜드인 H&M이 수송과 제조 공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신규 물량 주문을 중단했다.
일본계 맥주 회사인 기린은 시민단체에서 항의가 빗발치자 군부와 연계된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철회하기로 했다.
거대 에너지 기업인 토탈과 쉐브론의 거취도 주목된다.
토탈은 지난 1992년 미얀마 시장에 진출했으며, 쉐브론은 미얀마 국영 석유·가스 회사인 MOGE와 가스 프로젝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쉐브론은 국제 사회의 제재를 준수하겠다고 밝혔고, 토탈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통신 및 인터넷 회사들은 수시로 발생하는 서비스 중단과 인권을 침해하는 통신 관련 법 개정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했다.
노르웨이 계열로 미얀마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텔레노르는 개정법이 군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시민의 자유를 제한한다면서 철회를 촉구했다.
페이스북은 군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상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동남아 담당 선임연구원인 머레이 히버트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더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얀마는 자본 유입 규모가 지난 2010년 9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 47억달러로 늘어날 정도로 외국 자본의 직접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기 공급의 불안정성과 법적 불확실성, 군부에 의한 경제 지배 등의 리스크가 투자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인권 단체 등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군부가 경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반면 기업들이 철수할 경우 현지 직원들이 대거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미얀마에서는 대략 50만명이 H&M, 아디다스, 갭, 자라 등 의류 브랜드 협력업체에 고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자문회사인 CR의 존 브래이 컨설턴트는 "미얀마 국민과 경제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군부와 공모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bum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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