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通한 청년' 정주영 20주기…범현대家 차분한 추모(종합2보)

입력 2021-03-18 15:53   수정 2021-03-18 16:05

'시대를 通한 청년' 정주영 20주기…범현대家 차분한 추모(종합2보)
20일 청운동 제사도 시간대별로…22일부터 계동서 추모 사진전
기업별 추모 행사 잇따라…기업가 정신·소통 철학 재조명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21일로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지 20년이 된다.

아산은 '한국 산업 근대화의 주역'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방증하듯 한국 현대경제사와 궤를 같이한 한국의 대표 기업가다.
범현대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대대적인 추모 행사 대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아산의 업적과 정신을 기릴 예정이다.


◇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1915년 11월25일 강원도 통천군에서 6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아산은 소 판 돈 70원을 들고 가출해 인천에서 부두 하역일과 막노동을 했고, 쌀가게에 취직해 일하다 3년 만에 가게 주인으로부터 쌀가게를 넘겨받으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이후 '아도서비스'라는 정비업체 사장이 됐고 이는 후일 현대자동차라는 글로벌 회사가 탄생하게 된 씨앗이 된다.
아산은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 1947년 현대토건사를 세워 본격적인 기업인의 길에 나섰고 1950년 두 회사를 합병해 현대건설[000720]을 설립했다. 1967년에는 현대차[005380]를 세웠고 1968년에는 2년5개월이라는 세계 최단기간 완공 기록을 남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착공했다.

이후 조선에 눈을 돌렸다. 조선소가 없는 상황에서도 선박왕 오나시스의 처남에게 26만t급 2척을 수주했으며 1973년 현대조선중공업, 1975년 현대미포조선[010620] 등을 세워 현재 조선업계의 토대를 닦았다.
1976년에는 순수 국산 자동차 1호인 포니를 만들어내며 세계 자동차 업체 중 16번째로 독자 모델을 개발했고, 그해 사우디아라비아 공사를 따내며 중동 진출의 꽃을 피웠다. 1983년에는 현대전자를 설립해 첨단전자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아산은 1981년에는 서울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5개월 뒤 '바덴바덴의 기적'을 일구기도 했다.
아산은 한국 경제의 살아있는 신화로 추앙받았지만 1992년 국민당을 만들어 대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경협 시대가 본격 개막하자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1998년 6월17일 85세 고령에 소 500마리를 끌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감격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3개월 뒤 금강호가 출항하면서 시작된 현대의 대북사업은 3년 뒤인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수익성 없는 대북 사업에 대한 '과다 출혈'로 그룹 자금난은 심화됐다. 2000년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충돌한 '왕자의 난'이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며 결국 그룹은 쪼개졌다.
아산은 "신용은 곧 자본이다", "내가 살아 있고 건강한 한, 나한테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 "모험이 없으면 큰 발전도 없다" "매일 매일이 발전 그 자체라야 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은 정지가 아니라 후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등의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특히 조선소를 짓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반대하거나 비웃었지만 "이봐, 해봤어?"라는 한마디와 함께 도전해 결국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 최대 조선업체를 일궈낸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장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타운홀 미팅에서 "정주영 창업주가 가장 중요하게 지킨 것이 신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그 정신을 배우고 반드시 우리 것으로 만들어내서 해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추모 행사 차분히…제사도 시간대별로
18일 재계에 따르면 범현대가는 코로나19 확산 분위기를 고려해 조촐하게 추모 행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매년 3월20일 청운동 자택에 범현대가가 모여 제사를 지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그룹별로 시간을 달리 해 제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8월16일인 아산의 부인 변중석 여사의 14주기 제사도 함께 지낼 예정이다.

매년 아산의 기일을 전후로 범현대가 가족과 그룹 임직원이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선영을 찾아 진행하던 참배 행사 역시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이 21일 이전에 선영을 찾을 예정인 가운데 다른 그룹들도 21일 전후로 참배할 계획이다.
범현대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위원회'(위원장 이홍구)는 22일부터 '청년 정주영, 시대를 통(通)하다'라는 주제로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로비에서 추모 사진전을 연다.
아산의 5가지 대표 정신인 도전, 창의, 혁신, 나눔, 소통에 맞춰 서산 간척지 사업, 서울올림픽 유치, 포니 개발, 제2한강교·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모습 등이 담긴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상, 유물, 어록을 디지털 액자 등을 활용해 전시한다.
사진전 공간 내에 아산의 집무실을 재현하고 포니 실차와 포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카 '45'도 함께 전시한다. 온라인에서도 추모 사진전을 연다.
또 아산의 삶과 역사적 순간이 담긴 영상을 제작해 22일부터 현대차그룹과 범현대가 공식 소셜미디어(SNS) 채널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2005년 현대건설 임직원이 자발적 모금을 통해 계동사옥 별관 입구에 건립한 아산의 흉상은 본관 1층 로비로 이전 설치해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계동사옥 본관은 아산이 열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펼친 상징적인 공간이다. 흉상 좌대 옆면에는 불굴의 의지와 개척자 정신으로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아산의 공적을 기리고 정신을 계승한다는 내용의 추모글을 새겼다.
아산의 업적을 재조명한 경영서 '아산 정주영 레거시'는 전국 공공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에 기증한다.
기업별로도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현대그룹은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선구자'라는 제목의 추모 영상을 그룹사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배포한다.
5분26초 분량의 영상에는 남북경협사업의 서막을 연 판문점 소 떼 방북 등 굵직한 족적이 담겼다. 청년을 향한 조언이 담긴 육성도 함께 실린다.

현대중공업은 19일 본관 로비에 있는 아산의 흉상 앞에서 추모식을 하고, 추모글 50여편을 모은 특별 추모문집 '새봄을 기다리며'를 발행한다. 16일부터 울산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 '아산 정주영' 사진전도 열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아산의 사진 200여점과 어록을 담은 추모 사진집 '영원의 목소리'를 발간할 예정이다.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를 중국어와 일본어, 베트남어로 번역해 해당 국가에서 출판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이 땅에 태어나서' 독후감 대회를 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서울 대치동 사옥 1층 로비에 아산의 흉상을 세워 고인을 추모할 예정이다. 전날부터 로비에서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사진전도 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논평을 내고 "코로나 등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경제계는 고 정주영 회장이 닦아 놓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을 후손을 위한 미래성장 산업으로 지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아산을 추모했다. 아산은 1977∼1987년 전경련 회장을 지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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