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알래스카 회담 앞두고 '핵심 이익' 신경전 치열

입력 2021-03-18 10:38  

미중 알래스카 회담 앞두고 '핵심 이익' 신경전 치열
미국, 한일 등 핵심 동맹국 동원 대중국 압박 가속
중국, 美에 대화·협력 강조 속 '홍콩·신장은 안돼'
미중 모두 회담 전부터 결과에 회의적…"기대 안해"


(베이징 홍콩=연합뉴스) 심재훈 윤고은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양국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핵심 이익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초강경 대(對)중국 압박으로 양국 관계가 급랭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남이라 바이든 행정부의 미중 관계를 가늠할 풍향계 성격이 짙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은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나와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담판을 앞두고 미중 간 기 싸움이 만만치 않고 회의적인 전망이 쏟아져 양국 간 타협보다는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미국, 한일 동맹 동원 대중국 압박…'홍콩 카드'도 꺼내
대중국 압박에서 독불 장군식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동원한 포위 전략을 추진해왔다.
특히 미중 고위급 대화 직전에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함께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고위급 대화를 앞두고 미국의 국무, 국방장관이 이례적으로 함께 한일을 방문한 것은 이들 국가가 미국의 핵심 동맹임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중국으로 이탈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16일 도쿄에서 열린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현을 재확인하면서 중국의 해양 진출과 홍콩 인권 탄압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미일 양국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반대하는 데 전념하기로 했다"며 중국 견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한국을 방문한 오스틴 국방장관은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 회담에서 중국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중국 견제에서 한국도 역할을 해달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블링컨 장관도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 자리에서 홍콩과 신장(新疆),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에 견제구를 날리면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중국의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과 홍콩 국가보안법에 맞서 중국을 제재하기 위해 지난해 제정된 홍콩자치법에 따라 중국과 홍콩 관리 24명을 제재하는 초강수를 뒀다.
제재 대상에는 홍콩 유일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으로서 홍콩국가보안법 기안에 참여한 탐유충(譚耀宗),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치국원 왕천(王晨)이 포함돼 중국을 자극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내세운 홍콩 문제까지 건드린 것을 두고 이번 회담에 별다른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 또한 이번 회담에서 관계 개선보다는 무역, 기술, 인권, 역내 안보 문제 등을 모두 꺼내놓고 중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압박의 기회로 삼을 작정이기 때문이다.
미 고위 당국자도 1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협상 결과물을 예상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이번 회담을 미중 간 대화의 재개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힐 정도다.

◇ 中, 美에 대화·협력 강조 속 '홍콩·신장 건들지 말라'
중국이 미국의 홍콩 관련 추가 제재 속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에 예정대로 임한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와 초기부터 등을 돌리지는 않겠다는 강한 의중이 반영돼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 또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아울러 중국은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 대회 등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권력 유지에 중요한 행사가 즐비해 이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미국과 원만한 관계가 필요하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의견 차이를 줄이고 건강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데서 엿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압박에 열을 올렸던 트럼프 전 행정부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최근 미국 여론 조사를 보면 중국을 미국의 최대 적으로 간주하는 결과가 많다"면서 "이는 미국 전 행정부가 조성한 중미 관계의 독이 철저히 제거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므로 새 행정부는 냉전 사고를 버리고 이성적으로 중미 관계에 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최근 회담 의제로 신장(新疆)과 홍콩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는 중국의 '내정 간섭 반대' 입장이 분명함을 재차 언급했다.
이는 이번 회담에서 홍콩, 신장, 대만 문제 등 중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 의제로 올라올 경우 미중간 만남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추이톈카이(崔天凱) 미국 주재 중국대사도 이번 미중 고위급 대화와 관련해 중국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으며 중국은 핵심 이익에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8일 사설 격인 종성(鐘聲)에서 미국의 홍콩 제재를 맹비난하면서 미국의 어떠한 개입과 비방도 중국의 주권과 안보 그리고 홍콩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막을 수 없다고 반격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알래스카 담판'을 하루 앞둔 가운데 나온 미국의 홍콩 관련 제재가 미중 관계 회복의 희망을 희미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번 회담을 낙관할 수 없고 오히려 중국의 핵심 이익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국에 설득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수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홍콩 제재를 계기로 중국이 미국의 고위급 회담 초청을 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여전히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는 중국이 미국을 대하는데 성숙함과 자신감, 인내심으로 충만 해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측은 각자 긴 불평 목록을 들고 회담에 나설 것이고 이는 어떠한 돌파구나 의미있는 진전도 방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찌 됐든 양측이 만난다는 것은 수년간의 낙인찍기와 무역전쟁 이후 새로운 분위기를 설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홍콩 등 핵심 이익에 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공개적으로 명분을 챙길 것"이라면서 "그러면서 고위급 채널 정례화와 미중 화상 정상회담 등을 요구해 미중 관계 회복을 위한 물밑 작업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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