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의혹 판치는 세종시 국가산단, 보안 얼마나 지켜졌을까

입력 2021-03-21 07:26  

투기 의혹 판치는 세종시 국가산단, 보안 얼마나 지켜졌을까
발표 훨씬 전부터 후보지로 거론되며 거래 활발·벌집주택 등장
발표 보름 지나서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서울·세종=연합뉴스) 윤종석 홍국기 기자 = 세종시 국가산업단지 예정지에 공직자 투기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가운데, 국가산단 지정 방식이 개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산단은 일반 산단과 달리 중앙정부가 직접 조성하고 관리하는 산단으로서 규모가 커 산단 종사자를 위한 주거단지까지 조성돼 보상을 노린 투기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첩보작전 벌이듯 기밀을 유지하며 진행된다던 3기 신도시에서도 공직자 투기 의심 사례가 쏟아지고 있는데, 국가산단은 너무 공개적으로 추진돼 투기꾼들이 마음만 먹으면 헤집고 다닐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2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8월 31일 세종시 연서면에 국가산단을 지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세종시 국가산단의 경우 LH가 조성 업무를 맡았는데, 작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올해 사업계획 승인 신청과 지구지정이 추진된다.
LH가 예정대로 올해 사업계획 승인 신청 등을 접수하면 산업입지정책심의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그런데 세종에 국가산단이 들어선다는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알려진 일이었다.
다름 아닌 지난 대선 때 대통령 지역공약 중 하나가 세종시 국가산단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인수위 격이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공약 이행방안을 소개했다.
이때 세종시에선 '정밀·신소재산업 중심의 세종 국가산단'을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물론 이때 세종시 중에서도 연서면 일대라는 구체적인 입지가 제시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종시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나 공인중개사들이 올린 홍보물 등을 보면 정부가 연서면 일대를 국가산단 후보지로 발표하기 전부터 이미 연서면은 국가산단의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엔 정부의 후보지 공식 발표 전날 '국가산단은 예상대로 연서면 와촌리인가 보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댓글에는 '역시 예상대로였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 사이트엔 석 달 전에는 '서울세종고속도로 노선도 등 인근 교통 여건을 고려했을 때 연서면이 유력하다'는 분석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나 부동산 홍보물에도 연서면을 유력 후보지로 소개하거나 연서면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연서면이 있는 '세종시 북쪽'을 점지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글들이 운 좋게 명중된 단순 추측일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세종시 연서면 일대 토지시장이 국가산단 유치 기대감으로 한껏 과열됐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이 일대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된 것은 정부가 국가산단을 공식 발표한 지 보름이 지난 2018년 9월 18일이었고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이 지정된 것은 열흘 뒤인 그해 9월 28일이었다.

땅 투기꾼들에겐 너무 많은 시간과 정보가 있었지만 이들의 투기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조치가 시행되기엔 너무 늦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공식 국가산단 후보지 발표 전 대량의 토지 거래가 이뤄지고 조립식 주택인 '벌집'이 빽빽하게 지어질 수 있었던 이유가 설명되는 부분이다.
국가산단은 공장 부지만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종사자들을 위한 배후 주거단지도 조성한다. 이 때문에 토지보상에서 현금보상만 아니라 이주자택지 등 대토보상도 이뤄질 수 있다.
국가산단은 주변부도 땅값이 많이 오를 수밖에 없다. 산단이 들어서면 식당가 등 상권도 좋아지고 원룸 등 임대주택 수요도 높아진다.
산단 조성 방침이 일찍 공개된 것은 세종 국가산단뿐만이 아니었다. 정부가 2018년 8월 세종 국가산단을 발표할 때 세종을 포함해 총 7곳의 국가산단 후보지를 발표했는데, 이들 산단도 1년 전 청와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언급됐다. 이들 모두 대선 때 지역공약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산단은 국가가 지정하지만 보통 지자체의 신청으로 추진된다. 지자체의 신청 준비나 이후 정부의 검토 단계 등 과정을 거치기에 공공택지보다 정보가 샐 여지가 많다.
전문가들은 국가산단에 대해선 좀 더 꼼꼼한 정보 관리와 투기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산단 지정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지자체 공무원이라면 다 아는 정보"라며 "정보 유출에 따른 부작용이 공공택지보다 클 수 있기에 검토 단계에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불로소득을 환수해서 시세차익을 누리지 못 하게 하는 것"이라며 "산단 예정지는 대부분 원래 땅값이 매우 저렴한 농지였다는 점에서 보상 기준 시점을 훨씬 앞당기고, 이후 산단이 조성되고 나서는 기업들에 매각이 아닌 임대를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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