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가속] ④ 러, 중국과 손잡고 美 압박에 공동대응

입력 2021-03-24 07:07  

[신냉전 가속] ④ 러, 중국과 손잡고 美 압박에 공동대응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미·러 관계 더 악화…'냉전 시절' 방불
美, 인권 문제 등 이유로 압박…러·중 "내정간섭 용납 못 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도 미국 등 서방과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제2의 냉전'이란 평가가 어울릴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냉전 시대 영토 분쟁과 이념 갈등 등으로 대미 단일대오 형성에 어려움을 겪던 러시아와 중국은 지금 역대 최고 수준의 밀월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에 맞서고 있다.

미·러 갈등 악화는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과 함께 일찌감치 예견됐었다.
개인적으로 대러 관계 개선을 고집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러시아 내 인권 문제, 러시아의 연이은 미 대선 개입 및 미 기관 해킹 의혹,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 등과 관련한 대러 제재도 경고했었다.
일부 제재는 이미 이행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이달 2일 러시아 정부가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러시아 고위 관리, 연구소 및 보안 기관, 기업체 등을 제재했다.
유럽연합(EU)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 같은 날 나발니 사건과 관련된 러시아 고위 공직자들에 제재 조치를 취했다.
뒤이어 미 국가정보국(DNI)은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대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공작을 벌였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 내용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미 대선 개입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면서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바이든은 한 발짝 더 나가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보느냐는 ABC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크렘린궁에 날을 세웠다.
부가 설명을 하진 않았지만, 푸틴이 나발니 중독 사건에 개입돼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 답변으로 해석됐다.
러시아 정부는 발끈해 미·러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겠다며 미국 주재 자국 대사를 전격 소환했고, 푸틴은 바이든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논의해 보자며 공개 화상 '맞장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의 '러시아 때리기'는 중국의 신장(新疆)·홍콩·티베트 인권 문제와 , 경제·군사 이슈 등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 같은 바이든 정권의 강경책을 '미국 우월주의'에 기초한 '일방주의적 불법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공동 대응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례없는 친분을 유지하며 미국의 압박에 맞서기 위한 중·러 전략연대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최근 양국은 거세지는 미국의 공세에 맞춰 상호 공조를 더욱 강화하려는 태세다.
올해 중러 우호 협력조약 체결 20주년을 맞아 22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각별한 우호 분위기 속에서 회담했다.
회담 뒤 라브로프는 "민주화 추진을 구실로 주권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라브로프는 "우리의 서방 동료들이 점점 자주 이용하는 일방적인 불법 제재를 배격한다"면서 "러중 관계가 양국에 비우호적인 국가들의 위협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왕 부장도 회담에서 "소수 서방 세력이 거짓말을 지어내는 것으로 함부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중국 방문에 이어 미국 국무·국방 장관이 다녀간 한국도 찾는다.
양자 관계 협의가 우선적인 방문 목적이지만, 한국이 미국의 중·러 억제 정책에 깊숙이 참여하는 상황을 막아보려는 '배후 단속' 의도도 있어 보인다.
라브로프는 방한에 앞서 연합뉴스와 한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특정 국가 억제를 목표로 하는 '블록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국의 참여를 에둘러 경계하기도 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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