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 알래스카 담판 뒤 거세지는 '애국상품' 열풍

입력 2021-03-25 14:36  

[차이나통통] 알래스카 담판 뒤 거세지는 '애국상품' 열풍
"120년 전 중국이 아니다"…반미·반서구 구호 새긴 물품 불티
인권 거론 신장 제품 불매 선언한 H&M에 보이콧…조롱 상품까지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요새 풍족한 삶을 사는 중국 젊은이들은 중국이 청나라 말기 서구에 핍박받던 약소국이 아닌 미국과 맞먹는 최강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하죠."
중국에서 20년 넘게 사업체를 운영해온 박모 씨는 중국이 80년대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성장을 거듭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을 질시 대상으로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면서 중국의 눈에는 이제 미국만이 자신의 상대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즉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중국이 올라서면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신장(新疆), 홍콩, 대만 등 핵심 현안을 건드리면 중국은 곧바로 해당 국가 제품 불매 운동 등 강력한 보복으로 압박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지난 18~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제츠(楊潔?)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미국 대표들과 공개적으로 격렬한 언쟁을 벌이면서 중국이 더는 미국에 저자세로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23일 "오늘의 중국은 1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외국 열강들이 대포 몇 대로 중국의 대문을 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영영 지났다"며 서구국가들에 더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중국 정부의 강경한 대미 및 대서방 발언은 최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회자한 데 이어 타오바오(淘寶)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다양한 '애국 상품'으로 등장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와 무역 전쟁까지 벌였지만 불매 운동 등 공개적인 반미 감정 조성은 자제해왔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들어 중국에서 애국 상품의 대거 등장은 향후 대미 정면 대결을 암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인에 이런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와 '미국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중국과 대화할 자격이 없다', '내정 간섭 말라'는 문구는 옷 뿐만 아니라 우산, 물병, 가방, 라이터에 새겨져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심지어 휴대전화 케이스 그리고 맥주와 바이주에도 이런 문구를 새겨 판매하고 있다.
한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검색해보니 '중국인에 이런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 시리즈 중에서는 옷과 휴대전화 케이스, 스티커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티셔츠는 1장도 최대 60위안(한화 1만400원), 우산 등 다양한 제품들도 최대 55위안(9천5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나와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미 일부 온라인숍에서는 관련 셔츠만 수천 장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타오바오의 한 점주는 "이번에 미중 고위급 회담이 끝나자마자 관련 제품을 사고 싶은데 만들어줄 수 있냐는 고객의 문의가 많았다"면서 "현재 미중 갈등을 볼 때 이런 제품은 애국 패션으로 올해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최근 스웨덴의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H&M이 중국의 신장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비난하며 신장 제품 불매를 선언하자 이를 조롱하는 티셔츠까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등장했다.
H&M의 대문자 순서를 바꿔 'Mian Hua'(중국어 면화)'로 표현하며 그 밑에는 '우리는 신장 면화를 지지한다'는 티셔츠가 애국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선전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에 대한 자신감을 이런 상품으로 표현하는 것을 비난할 순 없지만 너무 급하고 지나친 감이 있다"면서 "애국주의에 국수주의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어 우려된다"고 전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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