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계 자극→암세포 공격? 역발상의 항암 백신 개발

입력 2021-03-25 17:39  

림프계 자극→암세포 공격? 역발상의 항암 백신 개발
유전자 조작 암세포로 '면역 활성+면역기억 형성' 일거양득
나중에 생기는 종양도 억제 효과…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 환자의 면역계를 이용해 암을 공격하는 면역치료는 처음 나왔을 때부터 새로운 길을 여는 획기적 치료법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써 보니 치료비가 많이 들고 부작용이 심한데다 일부 환자에게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 시카고대 과학자들이 이런 단점을 대부분 보완한 항암 면역치료 백신을 개발해 동물 실험에서 뚜렷한 효능을 확인했다.
이 백신은 환자 자신의 암세포를 표지 항원으로 이용해 면역계가 암 종양을 찾아 죽이게 하는 것이다.
이 백신을 생쥐 모델에 주사하면 흑색종의 성장이 멈췄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신생 종양을 파괴하는 효과도 보였다.
시카고대의 프리츠커 분자 공대(Pritzker School of Molecular Engineering) 과학자들은 24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멜로디 스워츠 교수는 "효과가 더 좋고 훨씬 더 안전하면서 비용은 덜 드는 면역치료 전략"이라면서 "다른 항암 면역치료에서 생기는 문제도 대부분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개인 맞춤형 치료법"이라고 자평했다.




이 항암 백신의 작용 원리는 기존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과 상당히 비슷하다.
차이점을 꼽자면, 독감 백신엔 독성이 약해진 바이러스가 쓰이는데 항암 백신엔 유전자 조작과 방사선 조사를 거친 암세포가 들어간다.
근본적인 차이는 독감 백신은 예방용인데 항암 백신은 치료용이라는 것이다.
스워츠 교수팀은 생쥐의 흑색종 세포를 분리해, C형 혈관내피성장인자(VEGF-C)를 분비하게 유전자를 조작한 뒤 수주 내에 암세포가 죽을 만큼 강한 방사선을 조사했다.
VEGF-C는 암 종양이 림프계와 깊숙이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성장 인자다.
보통 이런 일은 암세포의 전이를 부추기기 때문에 암 환자에게 해로운 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최근, 암 종양이 주변 림프계 혈관을 자극하면 면역치료 반응이 훨씬 더 좋아지고, 암 공격에 관여하지 않던 T세포도 대폭 활성화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VEGF-C를 분비하는 암세포로 항암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VEGFC-vax'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후보 백신은 흑색종 생쥐 실험에서 기대 이상의 효능을 보였다.
백신을 맞은 생쥐는 종양의 성장이 멈췄고, 암에 대한 면역 기억도 생겼다. 실제로 백신 주입 10개월 후 생쥐한테 이식한 종양 세포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이 백신이 장기적으로 암의 전이와 재발을 막을 수도 있다는 걸 시사한다.
면역계가 식별하는 개별 암 종양의 고유 분자는 수백 종에 달하고, 항암 백신이 강한 면역 반응을 폭넓게 일으키는 것도 이 덕분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VEGFC-vax가 '종양 특정 면역세포'(tumor-specific immune cells)만 골라 활성화하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다른 면역 자극제를 썼을 때 흔히 나타나는 면역독성, 사망 등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하기 때문이다.
면역관문을 차단하거나 사이토카인을 이용하는 기존의 면역치료 전략은 면역계 전반을 자극하기 것이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른다.
CAR-T세포(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 등 다른 항암 면역치료도 '종양 특정'이 가능하지만, 그 존재를 이미 알고 있는 특정 항원이 나타나야 효능을 보인다.
암세포가 이런 항원 표지를 탈락시키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VEGFC-vax는 면역세포가 여러 개의 다양한 종양 특정 항원을 식별할 수 있게 훈련하고, 이들 항원이 미리 알고 있던 것인지와 상관없이 효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스워츠 교수팀은 현재 유방암과 대장암에 대한 동물 시험을 준비 중인데 실제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까지 가기를 기대한다.
스워츠 교수는 "미래의 개인 맞춤형 항암 면역치료를 기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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