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가치냐 성소수자 권리냐…미국서 출전금지법 제정 속출

입력 2021-03-26 15:45  

체육가치냐 성소수자 권리냐…미국서 출전금지법 제정 속출
미시시피 이어 아칸소 학원체육 '여성 경기 보호령'
"여성체육 무너진다" vs "차별적이고 수치스러운 배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아칸소주도 학교에서 트랜스젠더 여학생들이 여성부 체육 경기에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애사 허친슨(공화) 아칸소 주지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에 25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이에 따라 생물학적인 성이 남자이지만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여성부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이 법률은 따로 법정공방이 없으면 올해 여름에 발효된다. 트랜스젠더의 출전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봤다고 여기는 학생이나 학교는 소송을 걸 수 있다.
허친슨 주지사는 "간단히 말해 여성 운동선수들이 여성들의 경쟁을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에서 남성과 겨뤄서는 안 된다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의 의도에 동의한다"며 "여성 스포츠 대회가 공정성을 증진하고 유지하는 데 이 법률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법률은 성 소수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 때문에 제정 과정에서 갈등이 심했다.
의료계,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대학생 엘리트 선수 수백 명이 그런 법이 있는 주에서 대회를 개최하지 말라고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에 촉구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체육대회 출전을 막는 법을 만든 주는 미시시피에 이어 아칸소가 두 번째다.
AP통신은 미국 전역에서 유사한 형태의 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주가 최소 20개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출전금지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부 경기에 출전하면 여성 스포츠에서 스포츠의 본질인 공정성이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앤절라 힐 미시시피 주 상원의원(공화)은 "고교 육상에서 성전환 선수들이 우승한 사실을 알고 나서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체적으로 불공정한 조건을 지닌 생물학적 남성들로부터 여성 스포츠를 보호하지 않으면 결국 여성부 경기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성 정체성에 갈등하는 자 등 성소수자(LGBTQ)의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들은 법제화 행보에 거센 비판을 쏟아낸다.
미국 내 최대 성소수자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의 대표인 알폰소 데이비드는 "트랜스젠더 아이들에게 모욕일 뿐만 아니라 모든 주민에게 해로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의 아칸소 지부장인 홀리 딕슨은 "트랜스젠더 10대들에게 낙인을 찍고 이들을 배제하려는 정치인들의 차별적이고 수치스러운 시도"라고 비판했다.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여성부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법안은 우익 성향이 짙은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주들에게 주로 추진되고 있다.
법안 추진 이면에는 여성 스포츠 보호라는 취지 외에도 보수가치 수호와 같은 이념이 감지되기도 한다.
아칸소주는 의사들이 도덕적, 종교적 이유로 환자 치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의 제정까지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이 가결되면 성소수자들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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