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사 청년, 키티 좋아하던 꼬마…미얀마 총격에 하늘로

입력 2021-03-29 09:48   수정 2021-03-29 11:20

코로나 봉사 청년, 키티 좋아하던 꼬마…미얀마 총격에 하늘로
불에 타 숨진 40세 남성은 자녀 4명 둔 아버지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지난 27일 '미얀마군의 날'에 벌어진 미얀마 군경의 무자비한 발포로 시민 100여명이 숨지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 가운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미얀마가 슬픔에 휩싸였다.
29일 현지 매체와 영국 BBC 방송,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숨진 아웅진 표(18)는 희생정신이 강한 청년이었다.
그는 '린랏'(Lin Latt)이라는 풋살 클럽에서 골키퍼로 활약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집중치료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그의 가족은 표가 군경의 총탄에 사망한 날에도 시위대의 맨 앞에 섰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표의 관 옆에서 "나의 유일한 아들이다.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내가 죽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순진무구한 소녀 아예 미얏뚜(11)는 어린이 희생자 여러 명 중 한 명이다.
미얏뚜는 미얀마 남동부 도시 몰메인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을 거뒀다.
그녀의 관에는 장난감들과 꽃, 그리고 고양이 캐릭터인 '헬로키티' 그림이 놓여있었다.
미얏뚜가 흰 종이에 직접 그린 귀여운 헬로키티 옆에는 그녀의 영문 이름이 적혀 있었다.
14세 소녀 판 아이푸도 군경의 만행에 세상과 이별했다.
그녀는 중부 도시 메이크틸라에서 총을 맞았는데 딸을 잃은 어머니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군인들이 접근하는 소리를 듣고 집의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끝내 피에 젖은 딸의 시신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판 아이푸의 어머니는 BBC에 "딸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처음에 그냥 미끄러져 넘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녀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는 13세 남자 어린이 사이 와이얀이 밖에서 놀다가 총에 맞고 숨졌다.
28일 진행된 장례식에서는 그의 어머니는 "아들 없이 나는 어떻게 사느냐"며 울었다.
양곤에서는 19세 청년 산 완피가 시위대 방어선에 있다가 뺨에 총을 맞고 숨졌다.
이웃주민들은 완피를 평소 환하게 웃는 청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의 부모는 친구들에게 울지 말라며 "내 아들은 순교자"라고 말했다.

만달레이에서는 주민 한 명이 총격으로 다친 뒤 산채 불태워 죽었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줬다.
미얀마 매체에 따르면 군인들은 만델레이에서 총을 맞은 아이 코(40)씨를 불타는 타이어 더미에 올려 숨지게 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주민은 "불길로 던져진 뒤 그는 '엄마 살려줘요'라고 외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녀 4명을 둔 코씨는 코코넛 스낵, 음료수 등을 파는 상인이었고 지역 주민을 보호하는 활동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코씨의 친척은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는 유일한 사람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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