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졸업 10년만에 결국…쌍용차 회생절차 개시 '초읽기'

입력 2021-04-02 14:56   수정 2021-04-02 15:16

법정관리 졸업 10년만에 결국…쌍용차 회생절차 개시 '초읽기'
법정관리행 기정사실화 분위기…4·7 재보궐선거 직후 결정 내려질 듯
관리인 예병태 사장 유력…산은 지원 여부 카드도 '물거품'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남권 기자 = 법원이 쌍용차[003620]의 기업 회생 개시 절차를 밟으면서 쌍용차는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에 다시 법원의 판단에 기업의 생사를 맡기게 됐다.
아직 HAAH오토모티브와의 투자 협의가 유효하다고는 하나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결정이 계속 지연되는 점을 고려하면 법정관리행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2일 업계와 법원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31일까지 쌍용차가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계약서는커녕 투자의향서(LOI)조차 제출하지 못함에 따라 결국 회생 절차 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법원은 쌍용차가 기업 회생과 함께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에 따라 그동안 2차례에 걸쳐 회생 개시 결정을 미뤄왔다.
법원은 지난달 2일 쌍용차에 비용예납명령을 한 데 이어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인도중앙은행 승인서, HAAH오토모티브 투자와 관련한 투자의향서(LOI)나 가계약서, 쌍용차의 자구계획 관련 자료 제출을 보완하도록 보정명령을 내렸지만 보정기한(3월31일)까지 쌍용차는 끝내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의향서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법원이 더는 회생 개시 절차를 지연할 수 없다고 보고, 쌍용차 채권자협의회(대표 채권자 산업은행) 등에 회생 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채무자회생법 49조1항에 따르면 ARS 진행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회생 절차 개시 여부에 관해 결정을 해야 한다.
법원이 "쌍용차, 채권단, 기타 이해관계인들이 인수·합병(M&A) 절차를 포함해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 등을 제시할 경우 충분히 검토하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쌍용차의 법정관리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회생 개시 결정은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인 오는 8∼10일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에 기업 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 쌍용차는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관리인은 예병태 사장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쌍용차는 유동성 위기로 작년 12월21일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쌍용차의 기업 회생 신청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경영난으로 2009년 1월 신청한 지 11년여만이다.
당시 법원은 회사의 회생을 위해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쌍용차는 같은 해 4월 전체 임직원의 36%인 2천600여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여기서 시작된 이른바 '쌍용차 사태'는 노사 갈등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긴 끝에 9년 만인 2018년에야 해고자 전원 복직으로 겨우 봉합됐다.
이번에는 유력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와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이었던 만큼 기업 회생 신청과 함께 ARS 프로그램을 함께 신청해 회생 개시 결정을 보류하고 협상을 지속해 왔다.
이를 토대로 쌍용차는 종전과 동일하게 정상 영업을 하면서 3개월 내에 HAAH오토모티브와 협상을 마무리하고 채권단 등과의 합의를 통해 회생 신청을 취하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협상이 지연되며 부득이 단기법정관리(P플랜)로 방향을 틀었다.
P플랜은 신규투자 또는 채무변제 가능성이 있을 때 채권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 회생절차 개시 전에 사전회생계획안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절차다. 하지만 법원이 요구한 기한 내에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 결정을 밝히지 않으면서 결국 P플랜 돌입도 무산되게 됐다.

HAAH오토모티브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거점을 둔 자동차 유통업체로, 수입차 유통 분야에서 3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듀크 헤일 회장이 창업주다. 작년 중순부터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뒀으며 작년 7월께 실사를 진행하며 유력 투자자로 떠올랐다.
다만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 인수 의사를 철회한 것은 아닌데다 여전히 양측이 일부 조건을 놓고 협의 중인 만큼 일말의 여지는 있다.
HAAH오토모티브는 투자자 설득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자들은 3천700억원 규모의 공익 채권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으며,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에 담긴 흑자 전환 등 미래 사업 계획의 현실 가능성을 놓고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아직 투자 협상 대상인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고 여전히 여러 조건을 두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정관리를 거쳐 쌍용차의 몸집을 줄인 뒤 HAAH오토모티브가 인수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되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법정관리 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한 만큼 전적으로 '법원의 시간'이 됐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법정관리 전반에 걸친 의사 결정을 책임지기 때문에 산은은 대표 채권자 역할에 머문다는 논리다.
P플랜 과정에서는 산은의 대출 지원 여부가 큰 변수였지만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그마저도 없어진다.
산은은 쌍용자동차의 회생 계획안이 나오면 미래 사업성 등을 철저히 따져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했다.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의향서가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 여부를 따져볼 상황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
산은 관계자는 "미래가 담보된 사업 계획서 없이는 지원을 못 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kong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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