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MIT "뇌로 옮긴 유방암, '지방 대사'에 치료 표적 있다"

입력 2021-04-02 16:38   수정 2021-04-02 17:49

하버드·MIT "뇌로 옮긴 유방암, '지방 대사'에 치료 표적 있다"
뇌 환경서 지방 조달 제한→살아남으려면 더 많이 만들어야
지방산 합성 억제제, 유방암 환자에 시험 중…저널 '네이처 캔서'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유방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 무리가 뇌로 전이해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지방산 합성을 늘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로 옮겨간 유방암 세포는 낯선 환경에서 주변의 지방과 잘 접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발견은 뇌 전이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 연구는 미국 하버드 의대의 최대 수련병원인 MGH(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과 MIT(매사추세츠 공대) 제휴 기관인 코흐 통합 암연구소 과학자들이 공동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1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에 실렸다.
종양에서 HER 2(인간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 2)가 발현하는 유방암 환자에 대한 항암 치료는 HER 2 표적 치료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이 유형의 유방암이 뇌로 전이하면 훨씬 더 치명적인 암으로 변한다.
다른 부위의 암에 효과를 보이던 항암 치료법도 뇌로 옮겨간 유방암 세포엔 잘 듣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부분적 원인으로 뇌의 혈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을 지목한다.
혈뇌 장벽은 혈액에 섞여 몸 안을 도는 병원체나 독성 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만 치료 약물의 투입도 어렵게 만든다.





유방의 종양에서 이탈한 암세포가 뇌에 도달하면 항암 치료에 저항하는 어떤 변화가 생길 거라는 가설도 유력하다.
암세포 입장에서 뇌의 영양분 유용성(nutrient availability)이 다른 신체 부위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뇌로 전이한 유방암 세포가 계속 성장하고 살아남으려면 대사 물질과 방법을 바꿔야 할 거라는 추론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MGH·MIT 연구팀은 유방암 세포가 뇌와 다른 부위로 각각 전이했을 때 에너지 대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쥐 모델에 실험했다.
뇌로 전이한 유방암 세포는 성장의 에너지원으로 쓸 지방에 잘 접근하지 못했다.
뇌의 낯선 환경이 새로 전이한 암세포의 지방 유용성을 떨어뜨린 것이다.
그 결과 지방산 합성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암세포의 지방산 합성이 대폭 증가했다.
암이 다른 기관으로 전이하면 해당 기관의 영양분 유용성을 고려해 치료 전략을 짜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
암세포가 옮겨간 부위에서 영양분을 제대로 대사하지 못하면 더 성장하지 못해 결국 죽게 된다는 것이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MGH의 라케쉬 K.자인 종양 생물학 교수는 "지금까지 표적 항암 치료는 주로 암세포의 유전적 약점에 초점을 맞췄다"라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암세포가 살아가는 환경에서 생기는 물질대사 측면의 약점도 치료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팀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TVB 2166이라는 지방산 합성 억제제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합성 약물은 혈뇌 장벽을 통과하지 못해 뇌 전이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제외됐다고 한다.
코흐 연구소 부소장으로서 공동 교신저자를 맡은 매슈 밴더 헤이든 박사는 "뇌에 전이한 환자에게 이 전략을 쓰려면, 뇌에 투과하는 지방산 합성 억제제로 효능과 안전성을 더 연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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