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속 '사회적 고립과의 전쟁' 나선 나라들

입력 2021-04-05 11:18  

코로나 팬데믹 속 '사회적 고립과의 전쟁' 나선 나라들
영국·일본, '고독' 문제 전담 각료 임명…정부가 주도로해 국민 정신건강문제 대처
일각선 "그냥 쇼일 뿐…실패한 저출산 대책과 비슷할 것"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일본 대학생 오조라 코키(22)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외로움과 고립감을 하소연하는 글이 부쩍 늘었음을 발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령으로 실직하고 집안일만 온종일 하고 있어 힘들다는 내용들이었다.
오조라는 과거 자신이 방황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 나를 도와준 선생님 덕분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이면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봉쇄령의 장기화로 외부 접촉이 끊긴 수많은 시민이 고독감 등 심리적 고통을 토로하는 '고립 팬데믹(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 정부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외로움과의 전쟁에도 돌입하고 관련 부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고독·고립 문제를 담당할 장관직을 신설, 사카모토 데쓰시(坂本哲志) 저출생 대책 담당상이 겸임하도록 하고 인력 31명을 배정했다.
이는 영국의 대응을 본뜬 것이다. 영국 정부는 2018년 스포츠·시민사회부 차관을 '외로움'(loneliness) 담당 차관으로 임명하고 현재도 이 제도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직접 국민의 정신 건강을 살피겠다고 나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울감과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난 가운데 이런 정신적 고통이 국민의 건강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 초 영국 정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민 4분의 1 이상이 항상 또는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한 연구진도 지난해 10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었으며 특히 젊은 층과 자녀를 키우는 여성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발표했다.
이런 고독감은 고독에서 그치지 않고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미 ABC 방송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휩쓴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의 과다 복용으로 병원을 찾은 사례는 직전보다 29% 늘었고 이로 인한 사망도 17% 증가했다.
ABC 방송은 혼자 물리적으로 고립됐을 때 오피오이드를 과다 복용하면 신고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도 사회적 고립과 관련된 심장 질환이 29%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은 국가가 지원하는 건강보험으로 15년간 평균 1만6천600달러(약 1천900만원)을 더 쓴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브리검영대 심리학과의 줄리앤 홀트-룬스타드 교수는 "사회적 관계가 생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흡연, 비만, 대기 오염 등 보편적으로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요인들보다 더 심각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애나 배런 영국 외로움 담당 차관은 현 코로나19 시국이 정신건강을 공론화할 기회라면서 "팬데믹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모두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를 주도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초솔로사회'를 펴낸 일본 작가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연결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정부가 이런 역할을 직접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최근 자국이 신설한 고립·고독 장관직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에서 "그저 쇼일 뿐"이라면서 실패한 저출산 대책과 비슷한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ku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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