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아프간 국민 "탈레반 손에 우리 남긴 채 미군 떠나"

입력 2021-04-16 12:25  

허탈한 아프간 국민 "탈레반 손에 우리 남긴 채 미군 떠나"
탈레반은 "우리가 전쟁 이겼다" 기세등등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제 외국군은 우리를 탈레반 손에 남겨둔 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국제기구 직원 아흐메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14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밝히자 많은 아프간 국민은 허탈하고 불안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20년간 아프간 전쟁을 벌였던 미군이 갑자기 별다른 조건 없이 철수하고 나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다시 집권하거나 전국이 새로운 내전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탈레반은 2001년 미국의 공격으로 정권에서 밀려났지만 이후 세력을 회복, 국토 절반 이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기에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여성에 대해서는 사회활동, 외출, 교육 등에도 제약을 가했다.

이후 탈레반이 밀려난 카불 등 대도시에서는 개방적인 서구 문화가 많이 도입됐다.
북부 쿤두즈주의 여학교 교사인 아미나는 15일 로이터통신에 미국은 지난 20년간 아프간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 탈레반이 수용하게 해야 한다며 "이런 것 없이 미국은 떠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외국군이 주둔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푸념도 했다.
아미나는 "(외국군이 없었다면) 지난 20년간 우리는 무슨 방법이라도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불의 여성 공무원인 무니라 하리르는 "탈레반은 흑역사를 다시 반복할 것인데 우리 같은 여성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또다시 (아프간을 떠나는) 이주 행렬을 보게 될 것이며 20년간의 성과는 제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라힐라(가명)는 "철군은 미국인에게는 끝없는 전쟁의 마침이 될 수 있겠지만 아프간인에게는 새로운 끝없는 전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고 EFE통신은 16일 보도했다.
아프간의 저력을 믿으며 희망을 찾으려는 목소리도 있었다.
카불의 상인 누룰라는 로이터통신에 이 나라는 미국에 앞서 러시아, 영국 아래에서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반면 탈레반 조직원 사이에서는 승리를 거뒀다며 기뻐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북부 마자르-에-샤리프시 발크 지구의 탈레반 지도자 하지 헤크마트는 15일 BBC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쟁에서 이겼고 미국은 졌다"고 단언했다.
탈레반이 이 지역을 완전히 장악할 것에 대비해 '예비 시장'을 맡고 있는 그는 "우리는 평화나 지하드(이슬람 성전) 등 어떤 상황에도 완전히 준비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BBC뉴스는 "탈레반은 자신들을 단순한 반군이 아니라 예비 정부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의 영향력은 도시와 큰 마을에만 제한적으로 미치는 상황이다. 탈레반이 이를 둘러싼 나머지 지역과 상당수 시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탈레반은 공식적으로 바이든 정부의 이번 철군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기존 '철군 시한'인 5월 1일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탈레반으로서는 9월까지만 기다리면 외국군 없는 아프간에서 본격적으로 세를 불릴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됐다.
미군 철수 결정으로 아프간 국민 다수는 공포에 사로잡혔지만, 탈레반은 큰 호재를 만난 셈이다.
헤크마트는 "우리는 샤리아법이 통치하는 이슬람 정부를 원한다"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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