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러 미국행 비행기 오르는 중남미 부자들

입력 2021-04-21 07:39  

백신 맞으러 미국행 비행기 오르는 중남미 부자들
자국서 접종 차례 기다리는 대신 미국으로 '백신 투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에 사는 치과의사 알레한드라는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머니를 잃은 후 미국에 가서 백신을 맞고 오기로 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친구의 주소를 빌려 인터넷으로 접종 신청을 한 후 지난 주말 비행기를 타고 휴스턴으로 날아가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
그는 백신을 맞은 후 뭔가 안심이 된다며 "어머니도 미국에 가서 백신을 맞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은 알레한드라처럼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중남미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자국에서는 언제 백신을 맞을지 기약이 없어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 미국에서 맞기로 한 것이다.
현재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에선 백신 물량이 충분치 않은 탓에 칠레와 우루과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의 인구 대비 접종률(1회 이상 접종 기준)이 10% 안팎이다.
반면 1회 이상 접종 인구의 비율이 40%에 달하고 백신도 충분한 미국은 일부 주에서 거주민이 아닌 이들에게도 백신을 놔주고 있다. 보험이 없어도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텍사스주에서 백신을 맞은 알레한드라는 AP통신에 "접종을 진행하는 약국에선 신분증 유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의 공공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누구나 미국으로 '백신 관광'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육로 국경이 1년 넘게 닫혀 있는 탓에 중남미에선 비행기를 타고만 미국에 갈 수 있다. 미국 입국을 위해선 비자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고 백신을 맞고 몇 시간 만에 돌아올 수도 없으니 숙박비도 지불해야 한다.
돈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보니 여유 있는 부자들만 엄두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중남미 각국에서는 유명인들의 미국 백신 투어가 여러 차례 보도되며 대중에 위화감을 줬다.
이달 초 멕시코 프로축구팀 선수들이 단체로 미국에 가서 백신을 맞았고,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유명 방송인들도 소셜미디어에 미국 백신 인증샷을 올렸다.
지난 11일 페루 대선에 출마했던 에르난도 데소토 후보도 미국에 가서 백신을 맞고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의 국가별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같은 나라 안에서도 빈부에 따라 백신 접근권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혁신센터의 에르네스토 오르티스 연구원은 AP에 백신 공급의 불균형이 백신 관광을 부추기고 있다며 "그들(백신 관광을 하는 사람들)을 전혀 비난하지 않는다. 그만큼 절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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