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주 미국인, 고국으로 '백신여행'…부자 외국인도 가세

입력 2021-04-21 10:26  

해외 거주 미국인, 고국으로 '백신여행'…부자 외국인도 가세
미국에 백신 여유 생기자 불편 감수…일부는 해외에도 보내달라 요구
기약 없는 많은 중남미인도 백신 접종 위해 미국 방문길 올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접종 기회가 열리자, 해외에 체류하면서 백신을 맞지 못한 미국인들이 속속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이런 미국행 비행기에는 부유한 외국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시사지 애틀랜틱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보급이 빨라지면서 해외 거주 미국인들의 '백신 여행'이 늘고 있다.
독일에 사는 미국인 아리안 드비어는 당초 이스라엘인인 남편과 함께 자신들의 백신 순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려 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가족·친구들이 백신을 맞았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반해,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반의 백신 접종 속도가 더뎌지자 이런 결정을 바꿨다.
이들 부부는 올여름 각자 모국으로 돌아갔다가 백신 접종을 다 마친 뒤 독일로 돌아오는 여행 계획을 세웠다.
드비어는 지난해 너무나 많은 것을 삼가며 지냈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여행하는 일은 온당하지 않은 일로 느껴졌다며 "백신을 맞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뭐냐"고 반문했다.
애틀랜틱은 해외 거주 미국인들이 고국의 성공적인 백신 접종 동향을 보며 비슷한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해외에 사는 미국인들은 900만명에 달한다.
은퇴한 뒤 스페인에서 사는 셰릴 월링(61)은 자신이 살던 애리조나의 미국인들이 "이쪽저쪽에서 다 백신을 맞고 있더라"라며 "질투가 난다. 너무도 질투가 난다"고 말했다.
월링은 다음 달 15일 두 차례 갈아타야 하는 애리조나주 투손행 항공편에 남편과 함께 몸을 싣기로 했다. 백신을 맞기 위해서다.



이처럼 일부 미국인이 이미 고국행 비행기를 타기로 했지만, 일부는 남아돌 것으로 예상되는 여분의 백신을 해외 자국민들에게 보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백신 수요를 충족한 뒤 남는 백신을 나누겠다고 거듭해서 밝힌 가운데 이들 국외 체류자들은 왜 자신들이 제외돼야 하는지 의아해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인의 경우 해외에 거주해도 고국에 세금을 내야 하고 투표권도 부여받는다는 점 등을 들어 정부가 해외 국민에게도 백신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틀랜틱은 미국으로 돌아갈 경우 의료보험이 없고, 코로나19 검사와 격리 조치 가능성이 있는 데다 자칫 자신이 살던 외국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도 많은 미국인에게 고국으로 돌아오는 데 따른 이익이 위험을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WSJ도 많은 이에게 면역 효과와 마음의 평화를 제공하는 백신이라는 보상이 고국으로의 긴 여행을 무릅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으로 백신 여행을 오는 것은 이처럼 미국인만이 아니다. 부유한 외국인들도 백신을 맞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에 사는 치과의사 알레한드라는 미국 텍사스에 사는 친구 주소를 빌려 인터넷으로 접종 신청을 한 뒤 지난 주말 휴스턴으로 날아가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미국으로 가는 중남미인은 알레한드라뿐이 아니다. 많은 중남미인이 언제 백신을 맞을지 기약이 없어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으로 가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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