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귀엽고 재치 있는 한국 할머니' 기다리는 오스카의 밤

입력 2021-04-23 07:00   수정 2021-04-23 08:52

[르포] '귀엽고 재치 있는 한국 할머니' 기다리는 오스카의 밤
"미나리, 어디서든 잘 자라"…할리우드, '미나리' 경쟁력 인정
'그랜드마' 윤여정 인기…"겸손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한국 할머니"
시상무대 '유니언 스테이션'에 바리케이드…돌비극장 앞 관광객 '북적'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귀엽고 재치 있잖아요. 한국 할머니 '순자'가 오스카 무대에 오른다니 기대가 되네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 사회가 오는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가 오스카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데다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된 배우 윤여정(74)이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LA 인근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는 한인 최 모(25) 씨는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나리'에 대한 주변의 따뜻한 반응을 전했다.
최씨는 "'미나리'를 보고 울었다는 또래가 많다"며 "백인 친구들도 이 영화가 이민자 가족의 고충을 따뜻하게 다뤘다는 좋은 평가를 하더라"라고 전했다.



'미나리' 현지 홍보를 담당한 '아시안 인 LA' 낸시 윤 대표는 "'미나리'가 아카데미 무대에 진출해 너무 흥분된다"며 "'미나리'는 한인 2세들을 부모 세대와 연결해줬고 이민 1세대가 자식들을 위해 얼마나 힘겹게 살았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LA 문화원에 따르면 저명한 할리우드의 한 영화 관계자는 "한국인이 즐겨 먹는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면서 '미나리'가 저예산 독립영화이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경쟁력을 갖춘 작품이라고 호평했다고 한다.
윤여정에 대해서는 "귀엽고 재미있다",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할머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한국 할머니 순자 역할을 맡아 미국 영화계의 호평을 받았다.



현지 한인 2세들과 네티즌은 소셜미디어에서 윤여정을 '그랜드마'(grandma)라고 부르고, 할머니의 영어식 표기인 'halmeoni'라고 쓰면서 윤여정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고 있다.
낸시 윤 대표는 "윤여정은 겸손하면서도 재미있게 말하는 데다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여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고, 30대 한인 박 모 씨는 "귀엽고 재미있는 한국 할머니라고 소문이 나 있다"고 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25일 미국 동부 시간 기준 오후 8시(한국시간 26일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LA의 유서 깊은 기차역인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다.
오스카 시상식은 2002년 이래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여건을 고려해 유니언 스테이션을 무대로 선택했다.



1939년에 완공한 유니언 스테이션은 고풍스러운 외관과 대리석 바닥, 높은 천장, 알록달록한 장식 타일로 유명한 LA의 명소다. '스피드', '블레이드 러너', '이탈리안 잡', '다크 나이트 라이즈', '진주만' 등 수많은 영화에서 배경으로 등장했다.
올해 시상식 연출을 맡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시청자들은 TV 쇼가 아닌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기자가 찾아간 유니언 스테이션은 시상식 준비 때문에 이미 바리케이드로 둘러싸였고, 보안요원이 곳곳에 배치됐다. 내부 사진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다.
유니언 스테이션 정문을 지키던 젊은 경비원은 기자에게 "코로나19 때문에 예전과 비교해 시상식이 많이 축소됐다"며 "그래도 많은 유명한 스타들이 이곳에 모일 테니까 오스카의 밤은 빛날 것"이라고 웃었다.



반면 시상식을 앞두고 매년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던 돌비극장 앞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평소 같으면 돌비극장에 진입하는 길목인 하이랜드 애비뉴부터 통제가 되고, 극장 주변에는 거대한 장막이 쳐졌을 시기이지만, 올해는 메인 무대가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옮겨진 탓에 출입이 자유로웠다.
라틴계인 한 LA 시민은 "올해 시상식이 돌비극장에서 열리지 않느냐"며 예전과 달라진 풍경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돌비극장 내 기둥에는 역대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이 새겨져 있다.
2019년 개봉해 지난해 제92회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오스카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도 이곳에 이름을 당당히 올려놨다.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은 아직 빈칸으로 남아있다. 사흘 뒤 돌비극장 기둥에 새겨질 새로운 주인공에 영화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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