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속 배아, 어미 소리 듣고 부화 뒤 맞닥뜨릴 세상 대비

입력 2021-05-27 14:37  

알 속 배아, 어미 소리 듣고 부화 뒤 맞닥뜨릴 세상 대비
새뿐만 아니라 곤충, 파충류 등 "알 낳는 동물 공통적 현상"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곤충부터 양서류,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알을 낳는 동물은 알 속 배아 상태에서 어미의 소리를 듣고 알을 깨고 나갔을 때 맞닥뜨릴 환경에 관한 정보를 얻어 발달 단계를 조절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닭을 비롯한 일부 조류가 알 속의 부화하지 않은 새끼에게 울음 소리로 경고한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이런 행동이 조류뿐만 아니라 알을 낳는 동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은 처음 제시됐다.
호주 디킨 대학의 행동생태학자 밀렌 마리에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배아 단계에서 음향 신호를 통해 외부 환경의 정보를 얻고 발달을 조절하는 이른바 '음향 발달 프로그래밍'에 관한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생태 및 진화 흐름'(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했다.
이 저널을 발행한 '셀 프레스'(Cell Press)와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다양한 동물의 배아가 알이나 자궁에 있을 때 소리나 진동을 포착해 반응하는 것을 다룬 연구를 검색해 분석했다.
그 결과, 소리에 대한 가장 공통적인 반응은 부화 시기를 조절해 앞당기거나 늦추는 것이었으며 알을 낳는 모든 동물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마리에트 박사는 "우리가 수집한 증거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배아가 음향 정보에 의존하는 종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라면서 "곤충과 개구리, 파충류, 새 등 알을 낳는 동물의 배아는 소리와 진동을 통해 최적의 부화 시기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까지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금화조 부부가 혼자서 알을 품을 때도 높은 음조의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이 소리가 알 속에서 발달 중인 배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에 관심을 갖게됐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금화조 소리를 녹음, 인공 부화 중인 알에 들려주는 실험을 했으며, 이를 통해 금화조 부모가 몹시 더울 때만 이런 소리를 내고, 이 소리를 들은 알 속의 배아는 발달 단계를 조절해 무더위를 대비하는 것을 확인했다.
마리에트 박사는 "귀뚜라미는 유충 발달 단계에서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암컷은 짝짓기 기회를 최대한 잡기 위해 빨리 발달하고, 수컷은 변태를 늦춰 덩치를 키우며 생식에 투자한다"면서 "금화조는 부모의 열파 경고를 들은 배아가 알 속에서 성장을 줄여 열파 노출에 따른 생리적 피해를 줄이고 이는 성체가 됐을 때 더 많은 새끼를 낳을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배아가 발달 정도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자동적으로 이뤄진다"면서 "어떤 음악이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지 않고도 슬프거나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의식적 과정 없이 소리가 행동이나 생리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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