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잡자' 정부와 서울시의 오월동주…순탄하게 이어질까

입력 2021-06-09 17:28  

'집값은 잡자' 정부와 서울시의 오월동주…순탄하게 이어질까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와 서울시가 길지 않은 모색기간을 끝내고 마주 앉아 서울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재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데 뜻을 모음에 따라 양측의 '오월동주'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으로선 집값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주택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고, 정부도 서울시를 빼놓고 주택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한 발 빼놓은 재건축 규제 완화 이슈와 신규택지 공급 문제,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등 갈등의 촉발제가 널려 있어 양측의 동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주택시장 불끄기에 공감…서로 협력하기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동해 각자의 주택 정책에 대해 협조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시한 재개발 활성화 방안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고, 서울시는 정부의 2·4 대책 등 서울 주택 공급방안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작년 5·6 대책에서 공공재개발, 2·4 대책에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공공이 주도하는 재개발 사업 모델을 여럿 내놓은 바 있다.
정부로선 이들 공공 주도 재개발 방안과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는 서울시의 민간 재개발 모델을 적극 포용하기로 한 것이다.
당장 이렇게 되면 공공 주도 모델을 타진하던 조합들이 서울시의 민간 재개발 사업으로 몰릴 수 있어 정부가 설정한 주택 공급 목표 달성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로선 서울 등 수도권 주택 시장에 붙은 불을 끄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그런 것은 중요치 않은 표정이다.
서울시 주도 모델을 택하든, 공공재개발 등 정부 사업을 통하든 필요한 곳에 재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져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으면 족하다는 식이다.
기왕 오 시장이 새로 와서 고유의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려 하는데 막연히 반기만 들기보다는 주판알을 튕겨보고 정부에도 이득이 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최근 강남 재건축 추진 단지는 물론 강북 중저가 단지로도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단, 민간 주도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시장이 과열되지 않고 조합이 과도한 개발이익을 챙기지 않으며 세입자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이날 협의된 내용 중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을 재건축은 안전진단 통과 때부터,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로 바짝 앞당길 수 있게 한 것은 강력한 투기 방지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 시장도 다소 현실적인 접근을 취했다.
처음에는 재건축 활성화를 시사했다가 목동과 강남 등지의 집값이 요동치자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등 투기 수요 억제 방안을 먼저 제시하면서 재개발 활성화로 공략 대상을 바꿨다.
오 시장이 내놓은 재개발 활성화 방안도 정부가 기왕 추진 중인 공공재개발과 사업 내용이 매우 닮아있어 정부에 주는 부담도 덜하다.
오 시장으로서도 서울 집값을 불안하게 만들어서 좋을 것이 없기에 일단 재건축 카드는 잠시 미뤄두고 정부와 색깔이 비슷한 재개발 사업 방안을 먼저 추진했다.



◇ 신규택지 등에서 이견…불안한 동행
하지만 양측이 같은 배를 탔지만 이들의 항해를 지켜보는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재건축 활성화 등 공약을 통해 강남권의 지지를 받아냈다는 점에서 재건축 규제완화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이를 의식한 듯 오 시장은 이날 행사 모두발언에서 시장이 안정화된다는 전제하에 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추진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노형욱 장관은 "모든 주택정책에 있어 최우선은 주택시장의 안정"이라고 강조하고 "재개발, 재건축은 주택공급 확충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지만 투기수요 차단과 개발이익의 지나친 사유화를 방지하지 못하면 시장과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재개발 사업은 워낙 사업 자체가 공공성이 크기에 서울시와 정부간 비슷한 접점을 찾을 수 있었지만 재건축은 조합원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재개발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부는 오 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제안한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선 주변 주택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인 바 있다.
서울시내 신규 택지 후보지를 두고도 양측의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이미 과천정부청사 부지에 주택 4천호를 공급하는 방안이 변경되면서 서울시 관할인 노원구 태릉골프장이나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용산구 용산정비창 등지의 주택 공급계획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양측은 '용산 캠프킴 등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신규택지 조성에 적극 협력한다'고 했으나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태릉골프장이나 서부면허시험장은 굳이 언급되지 않았다.
태릉골프장에 대해선 오 시장은 이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개발제한구역을 풀어가면서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느냐"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고, 서울시는 최근 국토부의 관계기관 협의 요청에 재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서울시가 어느 정도로 참여할지 등의 민감한 사안에서 순탄하게 합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가뜩이나 정부와 서울시는 권력 지형을 떠나서 부동산 정책을 두고 그리 편한 관계는 아니었다.
여당 대선 후보로 꼽혔던 고 박원순 시장 시절에도 국토부와 서울시간 이견을 표출하거나 반목하는 사안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서울이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서울시의 권한도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날 양측의 만남을 본 관전평은 오월동주(吳越同舟)로 요약된다.
이는 손자 구지편에 나오는 말로, 중국 전국시대에 사이 나쁘기로 유명한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뜻으로서 서로 미워하면서도 공통의 어려움이나 이해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경우에 쓰인다.
하지만 오 시장은 모두발언에서 오월동주 대신 같은 손자 구지편에 나오는 '수망상조(守望相助)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언급했다. 어려울 때 서로 협조해 대처하고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뜻이다.
일단 국토부로선 이날 협의회 개최에 큰 의미를 두는 모양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 모두 주택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대전제에 이견이 없다"라며 "서울시는 주택 정책의 가장 큰 파트너인 만큼 적극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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