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나발니 단체 '극단주의' 규정…"바이든 겨냥한 메시지" 해석(종합)

입력 2021-06-10 10:08  

러, 나발니 단체 '극단주의' 규정…"바이든 겨냥한 메시지" 해석(종합)
법원, 반부패단체를 불법단체로 지정
미러 정상회담 앞둔 시점에 주목
"푸틴이 바이든에 '내정간섭 말라' 경고한 것"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러시아 법원이 9일(현지시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세운 단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모스크바 시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나발니가 조직한 단체 중 하나인 '반부패재단'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출범 10년이 된 '반부패재단'은 그간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비리 의혹을 숱하게 폭로해온 단체다. 특히 지난 1월 흑해 호화판 휴양 시설이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스크바 시 법원은 또한 오는 9월 의회 선거를 앞두고 나발니가 힘을 실어 온 지역 네트워크를 상대로도 불법 딱지를 붙였다.
이날 판결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주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나왔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와 관련된 단체에 줄줄이 활동 중지 명령을 내리고 불법 단체로 못박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지목받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돌연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올해 1월 귀국했다가 곧바로 체포됐다.
그는 뒤이어 열린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3년6개월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나발니는 이번 판결에 즉각 맞섰다.
그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된 성명에서 "부패가 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부패에 맞서는 투사들이 극단주의자로 내몰리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목표와 지향을 포기하지 않겠다. 이것이 우리 조국이며 우리에겐 다른 어떤 것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정부도 각각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러시아에 얼마 남지 않은 자주적 정치 움직임 중 하나에 불법 규정을 내렸다"면서 "러시아 국민은 다른 나라 국민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 평화적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성명에서 "이는 부패에 맞서고, 열린 사회를 지향하려는 사람들에게 내려진 또 하나의 카프카적인(부조리하고 암울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나발니가 러시아 지도층 권력에 맞서 지난 수년간 쌓아온 광대한 정치 네트워크에 러시아 정부가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특히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16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푸틴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내정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메모리얼데이(현충일) 기념식 연설에서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발니에 대한 탄압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 사건에 대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비난이 있을 때마다 지난 1월 미 의회 폭동 사건 등을 거론하며 '미국은 남의 나라의 일에 대해 가르치려 할 입장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NYT는 또 이번 판결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된 나발니 단체의 활동가, 후원자, 심지어 소셜미디어를 통한 지지자들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저항 세력을 더욱 잠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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