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초읽기·일감 몰아주기 의혹에도…존재감없는 삼성 준법위

입력 2021-06-20 07:01   수정 2021-06-21 09:33

파업 초읽기·일감 몰아주기 의혹에도…존재감없는 삼성 준법위
삼성디스플레이 첫 파업 사태에 "협약사 아니라 개입 불가"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엔 "작년에 권고…직접 조사는 역량 부족"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삼성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겠다며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가 최근 삼성 내부 노사 문제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굵직한 이슈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준법위는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권고하며 '무노조 경영' 철폐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올해 초 이 부회장의 실형 확정 이후로 존재감이 약한 모습이다.
'준법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에 당시 준법위는 "결과로 실효성을 증명해내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준법위가 내놓을 목소리에 관심이 쏠린다.



◇ 삼성디스플레이 창사 첫 파업에도…"협약사 아니라 개입 못 해"
20일 업계에 따르면 준법위는 지난 15일 정기회의에서 삼성전자 등 7개 협약사의 노조 현황과 노사 교섭 상황을 점검했다.
하지만 창사 후 첫 파업 사태를 앞둔 삼성디스플레이 상황은 논의되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준법위와 협약을 체결한 협약사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준법위는 지난해 2월 출범 당시 삼성전자와 삼성전기[009150], 삼성SDI[006400], 삼성SDS,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삼성물산[028260] 등 7개 계열사와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4.78%를 보유한 자회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종속된 기업이지만, 준법위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직접적으로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부터 노조와 임금협상을 벌여온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노사 간 최악의 갈등 국면을 겪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21일부터 간부를 중심으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포해 삼성디스플레이 창사 이후 첫 파업이 눈앞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사내 전산망을 이용해 보낸 설문조사 메일을 회사가 임의로 삭제해 노동 당국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준법위는 역시 협약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개입하지 않았다.
준법위 관계자는 "준법위는 협약에 따라 활동하는데, 협약사가 아닌 법인에 관해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권고 대상도 아니다"며 "준법 의무 위반 신고·제보도 협약사가 아닐 경우 사건이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출범 당시만 해도 협약사 규모를 늘려나갈 방침이었던 준법위는 현재 논의하고 있는 협약사 확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구내식당 '일감 몰아주기' 의혹엔 "작년에 권고…조사는 역량 부족"
준법위 회의에서는 구내식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삼성웰스토리에 관한 논의도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준법위는 담당자로부터 삼성웰스토리 수의계약 관련 경과를 보고 받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진행 상황에 따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18년부터 삼성그룹이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2013년 삼성에버랜드의 급식·식자재 유통사업 부문을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삼성물산의 완전 자회사다.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4개사가 사내급식 물량 100%를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주고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다는 것이 골자다. 작년 삼성전자의 삼성웰스토리 수의계약 금액은 4천400억원 규모다.
준법위는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 3사에 삼성웰스토리 수의계약 대신 구내식당 공개입찰을 하라는 취지로 이미 권고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웰스토리 수의계약에는 변화가 없었고, 올해 들어서야 삼성전자는 38개 구내식당 중 2곳을 외부 업체에 개방하기로 했다.
준법위는 매달 정기회의에서 협약사 내부거래에 위법 소지가 있는지 검토하지만, 2018년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삼성웰스토리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다.
준법위 관계자는 "모든 수의계약에 불법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고, 위원회가 이 사안을 직접 조사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며 "공정위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후속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삼성웰스토리 관련 제재 수위를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용 재판으로 출범한 준법위, 형 확정에도 제 역할 하나
준법위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재판부가 삼성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출범한 조직이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가져오라"고 주문했고, 삼성은 준법위 설립으로 화답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지난해 2월 출범한 준법위는 외형상 삼성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조직으로 꾸려졌다.
올해 1월 재판부는 준법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결론짓고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지 않겠다며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런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면서 준법위가 지속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옥중에서 "준법위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선언했고 준법위 역시 "결과로 실효성을 증명해 내겠다"고 반박했다.
준법위 측은 이 부회장의 형 확정 이후에도 위원회의 지위와 역할에 변화가 없으며, 삼성 계열사의 준법경영 감시라는 기존 역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준법위 관계자는 "올해 3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면담하는 등 준법 리스크 대응을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며 "강제성이 없는 권고 기관으로서 준법위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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