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에 석유화학·운송 '울상'…정유업계는 속내 '복잡'

입력 2021-06-20 06:17  

치솟는 유가에 석유화학·운송 '울상'…정유업계는 속내 '복잡'
70달러 넘는 고공행진에 업계 '희비'…해양플랜트 등은 회복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최평천 김철선 기자 = 국제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에 가장 민감한 정유업계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석유화학과 항공, 해운업계는 비용 상승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 가파른 유가 상승세에 정유업계 표정 '복잡미묘'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8일(현지시간) 전날보다 60센트(0.8%) 오른 배럴당 71.64달러에 마감했다.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기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 기대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배럴당 36달러 저점 이후 지속해서 상승 중이다. 특히 올해 2분기에만 20%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조만간 해결되기 어려운 수급 불균형으로 연내 100달러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가에 가장 민감한 국내 정유업계는 치솟는 유가를 보며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정유사들에 단기적인 재고이익을 안겨주지만, 여전히 저조한 석유제품 수요로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은 여전히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가격이 오르기 전 싸게 사들인 원유로 석유제품을 비싸게 팔 수 있는 '래깅 효과'로 재고 이익이 발생해 올해 1분기 대규모 흑자를 냈다.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096770]과 에쓰오일의 재고 관련 이익은 각각 3천800억원, 2천85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정제마진은 여전히 개선이 요원한 상태다.
이달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3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1∼4월 국내 정유 4사의 정유공장 가동률은 72.4%로, 지난해(79.8%)보다 낮은 상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실질적 석유제품 수요는 정체돼 정제마진은 저조하다"면서 "정유사엔 일회성 재고이익보다 정제마진 회복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 석유화학·항공·해운은 비용 증가에 '울상'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과 항공·해운업계는 비용 증가로 타격을 받게 됐다.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원재룟값이 상승하면서 최근 수익성이 악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초 한파로 가동을 멈췄던 미국 화학 설비가 정상화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시설 증설계획이 완료되면서 공급량이 대폭 늘 것으로 보여 향후 전망도 어둡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에 더해 항공유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통합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77.40달러로 지난해 6월보다 91.4%, 올해 5월보다 5.5%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영업이익도 크게 줄 전망인데 대한항공[003490]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3천만 달러(약 339억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10% 상승하면 진에어[272450]와 티웨이항공[091810]도 각각 76억원, 69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사들은 연료비가 오르면 항공권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확보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진 국내선 시장에서 이마저 어려워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유가 상승으로 7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올라 편도 기준 4천800~3만6천원이 부과되는 등 고객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상운임 상승으로 간만에 호황을 맞은 해운업계도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할까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011200]은 매출원가 대비 유류비용이 2018~2019년 13~14%에 달했지만, 상대적으로 유가가 낮았던 지난해엔 비율이 10%까지 하락하면서 최대 실적을 견인하기도 했다.
운송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저유가 때 항공유를 미리 구매하는 '항공유 헤지'와 유가 선도계약으로 위험을 줄이고 있다"면서 "해운사들은 사용하는 벙커C유의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VLCC·해양플랜트 발주 증가 기대
조선업계는 유가 상승이 원유 수요를 끌어 올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VLCC 선가는 발주 증가 전망에 힘입어 전달보다 200만 달러 오른 9천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년간 침체를 겪었던 해양플랜트 사업도 수혜를 기대 중이다.
해저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를 시추·생산하는 해양플랜트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50~6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올해 들어 미얀마 쉐 가스전에 투입될 가스승압플랫폼과 브라질 페트로브라스가 발주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총 1조3천500억원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페트로브라스로부터 1조948억원의 FPSO 건조 계약을 맺었다.
vivid@yna.co.kr, pc@yna.co.kr,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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