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에 전기요금 동결…'연료비 연동제' 유명무실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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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21 08:51   수정 2021-06-21 20:50

인플레 우려에 전기요금 동결…'연료비 연동제' 유명무실해지나

인플레 우려에 전기요금 동결…'연료비 연동제' 유명무실해지나

일각에선 폐지 가능성 제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윤보람 기자 = 정부와 한국전력[015760]이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은 높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료비 상승에도 정부가 2개 분기 연속 유보 권한을 이용해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묶어놓음에 따라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처럼 연동제가 도입됐다가 제대로 시행도 되지 못하고 폐지되는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코로나 장기화·인플레 우려에 2개 분기 연속 동결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3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는 2분기와 같은 kWh당 -3.0원으로 책정돼 소비자들의 체감 요금은 전분기와 동일하다.

연료비 연동제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유류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4∼6월 실적 연료비 가격(세후 기준)은 ㎏당 유연탄이 평균 133.65원, LNG는 490.85원, BC 유는 521.37원이다. 2분기 때보다 유연탄은 20원 이상, BC유는 78원 이상 올랐고, LNG는 18원가량 내렸다.

이를 고려하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0.0원이다.

2분기 조정단가(-3.0원)보다 3.0원 올려야 맞지만, 정부가 유보 권한을 발동하면서 전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묶어놨다.

전기요금을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동결한 데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2.6% 오르며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기요금 인상은 공공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산업부도 "지난해 말부터 국제 연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요인이 발생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2분기 이후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안전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때마침 7월부터 월 200kW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일반가구의 전기요금이 기존 대비 2천원 오르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구에 적용하는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액은 다음 달부터 월 4천원에서 월 2천원으로 축소된다. 실질적인 할인 혜택 축소 대상 가구는 약 625만가구로 추산된다.

지난 1분기 조정단가 산정 때 국제유가 하락 폭을 고려하면 kWh당 10.5원 내려야 했으나, 실제 3.0원만 내린 덕에 여유가 있었던 점도 작용했다.

전기요금은 kWh당 최대 ±5.0원 범위에서 직전 요금 대비 1회당 3.0원까지만 변동이 가능해 당시 국제유가 하락분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 이런 미조정액을 활용해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인상 요인을 상쇄할 것으로 본 것이다.

산업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4분기 요금 적용 계획 방향도 밝혔다.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이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상승추세가 지속되면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하겠다고 고지했다.

백신접종 확산 및 세계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최근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고공행진을 하는 점을 볼때 4분기에도 인상 요인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4분기는 차기 대통령선거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시점이어서 서민가계에 부담을 가중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유명무실해진 연동제…한전 실적 부담 가중

이처럼 '전기요금 합리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벌써 폐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2011년에도 연동제를 도입했다가 유가 상승기와 맞물려 시행을 미루다 2014년 폐지한 전례가 있다.

올해 연동제가 다시 도입될 때도 일부 전문가들은 연료비 연동으로 인한 상승분을 과연 전기요금에 반영할지 의문을 표시했었다. 요금 조정폭에 대한 상한과 유보 조항으로 인해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얼마 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개 분기 연속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제도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시장 규제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신뢰 역시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요금 동결 부담은 한전이 오롯이 지게됐다. 연료비가 올라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2분기 실적 전망은 암울한 편이다.

연합뉴스가 연합인포맥스 시스템을 이용해 최근 한달간 증권업계의 2분기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한전은 연결기준으로 8천77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적자 폭은 증권사별로 최대 1조7천757억원에서 520억원으로 다양했다. 한전은 1분기에는 5천71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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