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의원연맹 도쿄서 회동…올림픽 정상회담 놓고 '온도 차'

입력 2021-07-15 12:24   수정 2021-07-15 13:40

한·일 의원연맹 도쿄서 회동…올림픽 정상회담 놓고 '온도 차'
韓 "최소한의 성과 있어야" vs 日 "성과 따지지 말고 문대통령 와줬으면"
김진표 회장 "유학생·취업준비생 고통"… 입국 규제 문제 등 해결 제안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오는 23일 개회식이 예정된 도쿄올림픽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이 방일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문제를 놓고 양국 정치권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됐다.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더불어민주당)은 15일 도쿄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날 만난 일본 측 카운터파트인 일한의원연맹 회장단이 "한일 간에 어려운 현안이 있지만 문 대통령이 꼭 일본을 방문해 양국 관계가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틀 일정으로 방일한 김 회장 등 한일의원연맹 회장단은 전날 오후 일본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에토 세이시로(衛藤征士郞·자민당) 회장대행(자민당),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자민당) 간사장 등 일한의원연맹 측과 1시간 30분간 합동 간사회의를 열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에토 회장대행 등 일본 의원들이 "(올림픽 개회식에) 전 세계에서 여러 나라 정상이 한꺼번에 오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외교적, 의전적으로 배려하더라도 많은 시간을 주기 어렵겠지만 (일본 측이) 최대한 배려해서 모시고, 또 정상회담이 이루어져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일본 언론에 보도되듯이 (정상회담을) 15분을 할 것이냐, 30분을 할 것이냐, 의전을 어떻게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양국 간 현안에서 너무나 어려운 게 많고,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데 최소한의 성과가 마련된다는 전제로 두 정상이 만나는 게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런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의전적으로만 만나 '세이 헬로'(안녕)라고만 한다면 두 나라 국민의 실망이 더 커지고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한국 쪽 시각을 알려줬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일본 측에 자신이 밝힌 견해는 청와대 공식 입장이 아니라 한국 정부 당국이나 정치권에서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김 회장은 또 스가 내각 탄생의 막후 주역으로 집권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자민당 당사에서 25분가량 별도로 만났다며 니카이 간사장이 "이번 (올림픽 개회식) 기회에 꼭 문 대통령이 와주시면 좋겠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혀 면담 시간이나 의전보다는 양국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협의가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일한의원연맹 간부진 및 니카이 간사장과의 만남에서 문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 성사에 양국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에 "정상회담 자체에 대해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전제로 대화를 한 것으로 봐 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본 의원들은 성과를 따지지 말고 문 대통령이 와줬으면 좋겠다는 것에 방점이 있고, 우리는 성과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세이 헬로'만 하면 한일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관계가 악화할 수 있으니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양국 의원연맹이 더 노력하자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일 양국 의원연맹 회장단 간의 접촉에서도 문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한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놓고 양측에 입장차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앞서 스가 총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에 맞춰 방일한다면 "외교상 정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 방일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최대 현안인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양국 간 위안부 합의 등을 통해 모두 해결됐다며 한국 법원 판결로 일어난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한국 정부가 제시하지 않으면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기조에서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방일하더라도 타결점을 찾기 어려운 정상회담을 피한 채 의전적으로만 예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에토 회장대행이 어제 스가 총리를 만나기로 돼 있었다"며 "우리가 한 얘기가 보고됐을 것"이라고 말해 한일·일한 의원연맹 채널을 통한 양국관계 개선 노력이 성과를 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한편 김 회장은 한일 양국 간에 위안부·징용공 판결 집행,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오염수 처리 문제 등 어려운 현안이 많지만, 지금보다 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고, 일본 측도 이런 대원칙에 동의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강화된 입국규제 문제 등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풀자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본 정부의 비자 발급이 전면 중단돼 일본에 들어오지 못하는 유학생과 취업 예정자들이 고통을 받는 어려운 상황임을 일본 측에 설명했다며 한일 미래관계 발전의 주역이 될 이들에 대한 규제를 탄력적으로 풀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견임을 전제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오히려 일본 기업에만 해가 갈 뿐 일본 측에 실익이 없음을 강조하고 일본 측이 문제 해결의 결단을 내린다면 한국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나 불안정한 상태인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 의원들은 주로 경청하는 입장이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김 회장은 양국에서 각각 반일· 혐한 감정이 높아진 상황에서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양국의 정치권이 관계 악화를 부추겨온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한일·일한 의원연맹은 어떤 경우에도 양국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협력하고 자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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