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 '악성종양' 비난에 48년 역사 홍콩교사노조 해산

입력 2021-08-10 19:48   수정 2021-08-10 20:17

중국 언론 '악성종양' 비난에 48년 역사 홍콩교사노조 해산
회원 10만명 홍콩 최대 노조, 논평 열흘만에 백기…"너무 큰 압박"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관영매체가 '악성종양'이라고 비난한 지 열흘만에 홍콩 최대 단일 노조인 홍콩직업교사노조(香港敎育專業人員協會·PTU)가 자진해산했다.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후 범민주진영 단체들이 잇따라 자진해산 한 가운데 최대 교사노조마저 문을 닫게 됐다.
10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PTU는 이날 노조원들에 해산을 통보하면서 "원하지 않았고 어려웠지만 많은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 직원 200명을 해고하고 소유 부동산을 매각한다고 알렸다.
PTU는 오후에 해산 기자회견을 열고 "50년 가까이 노조원, 홍콩인들과 수많은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해왔지만 정치·사회적 환경이 너무나 급격히 변하면서 우리는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도록 내몰렸고 특히 최근 일어난 일들은 너무나 큰 압박으로 다가와 개탄스럽다"고 전했다.
1973년 설립된 PTU는 회원이 10만명에 가까운 홍콩 최대 단일 직업 노조다.
앞서 지난달 31일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은 PTU를 강력 비판하는 논평을 내보냈다.
인민일보는 PTU가 교육과 전문성에 반하고 홍콩을 혼란에 빠트린 반중 행동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신화통신은 PTU가 홍콩 의회인 입법회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가담하고 수업 보이콧을 부추겼으며, 학생들에 악영향을 끼치는 교사와 폭도들을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매체의 논평이 나온 날 밤 홍콩 교육부는 성명을 통해 PTU가 "정치단체와 다를 바 없다"며 일체의 업무관계를 끊고 노조의 모든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일부 교사와 학생들이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에 참여할 때 PTU가 이들을 말리지는 않고 오히려 부추겼다면서 최근 몇년간 PTU가 보인 언행은 교육 전문가와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PTU가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추모 집회를 주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와 민간인권전선 등 친중 진영에서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제기하는 시민단체에 참여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이에 PTU는 그간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안전, 국가의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왔으며, 줄곧 홍콩의 독립을 반대해왔고 학생들의 시위 참여를 독려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PTU는 그에 앞서 지련회와 민간인권전선 등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화통신은 PTU가 지련회를 탈퇴했다고 해서 그간의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 "홍콩 교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PTU에 대한 조사가 진행돼야하며 악성종양은 뿌리뽑아야한다"고 주장했다.



PTU는 교육부의 절연 발표 후 교사들에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등 상황 타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펑와이와 PTU 위원장은 "지난 한주에 걸쳐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여전히 사방에서 비판이 나오고 압박은 높다"면서 "우리가 기울인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PTU 해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여론과 노조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홍콩보안법 시행 후 야당인 신민주동맹을 비롯해 진보변호사그룹, 진보교사동맹, 전선의생연맹 등 인권과 민주화에 목소리를 내온 단체들이 해산을 잇달아 발표했다.
또 1990년부터 6·4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집회를 개최해온 지련회는 2년 연속 추모집회가 불허되고 주석과 부주석이 구속되자 모든 직원을 내보내고 운영위원회도 축소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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