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아이티 뒤흔든 강진…사망 속출에 병원엔 부상자 넘쳐(종합)

입력 2021-08-15 07:51   수정 2021-08-15 15:10

주말 아침 아이티 뒤흔든 강진…사망 속출에 병원엔 부상자 넘쳐(종합)
"잔해 속 시신" 증언 속출…"목욕하다 뛰쳐나왔다" 긴박했던 상황
병원 인력·의료품 부족 호소…갱단 밀집지역이라 구호 어려움도


(멕시코시티·워싱턴=연합뉴스) 고미혜 류지복 특파원 = 주말인 토요일 아침 대규모 지진이 카리브해의 가난한 나라 아이티를 또다시 뒤흔들었다.
한적한 휴일을 즐길 시간인 14일(현지시간) 오전 8시 29분께 아이티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웃 도미니카공화국과 자메이카, 쿠바에서도 지진이 감지될 정도여서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까지 304명 사망에 최소 1천800명 부상으로 집계됐지만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대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0년 대지진의 악몽이 아직 가시지 않은 데다 지난달 대통령이 총격으로 암살된 충격까지 여전한 아이티 국민에겐 말 그대로 첩첩산중, 설상가상이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남서부 인구 3만명의 도시 제레미에서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한 랄프 시먼은 많은 집과 건물이 무너지거나 파손됐다며 잔해 속에서 2구의 시체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진의 충격이 엄청나다"며 "집이 파손됐다. 사람들이 울고 있다"고 말했다.

진원에서 가까운 해안도시 레카이에서 시민보호를 담당하는 셀베라 기욤은 "끔찍한 상황이다. 잔해 밑에 사람들이 있다"며 잔해를 제거하기 위해 응급요원들을 보냈지만 충분치 않다고 우려했다.
이곳 주민인 장 마리 시먼도 "내가 지나는 모든 곳에서 고통의 비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레카이의 도로에 잔해가 널려 있고 먼지가 공기에 가득 차 있는 등 광범위한 파괴가 이뤄진 모습들이 보인다.
또 폭삭 내려앉은 주택가에서 시신을 끌어내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잔해를 걷어낼 장비가 없어 주민들이 망연자실한 채 콘크리트 더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12만6천명이 사는 레카이에선 지진 발생 후 한때 물이 범람해 쓰나미 공포도 일었지만 얼마 후 사라져 주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이곳에서 가장 큰 병원의 관리자는 병원이 피해자들로 넘쳐나지만 모두 대처할 수 없다면서 인력과 약품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병원 공간이 부족해 마당에 텐트를 치거나 트럭에 환자를 눕혀 치료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의 아이티 담당 국장은 수많은 부상자와 사망자가 있다면서 "피해 규모를 완전히 평가하는데 수일이 걸리겠지만 대규모의 인도적 비상사태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진 당시 황급한 상황에 대한 증언도 나온다.
레카이에 거주하는 학생인 자빈 폰투스는 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밖으로 나왔다며 어머니와 한 형제는 대피하다 떨어지는 파편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레카이의 한 주민은 아내와 2살 난 딸이 목욕을 하다 집이 무너지기 직전 벌거벗은 채로 밖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은 125km 떨어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도 진동을 느낀 주민들이 공포에 질려 거리로 뛰쳐나올 정도였다. 34세의 여성 나오미 베르네우스는 "신발을 신을 시간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달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인구의 46%가 이미 심각한 식량 불안에 시달리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구조 및 구호 활동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아이티에는 오는 17일 오전 열대 폭풍 그레이스가 상륙할 것으로 보여 폭우로 인한 추가 피해 위험까지 겹쳐 있다.

가뜩이나 아이티의 치안이 불안한 상황에서 지진의 직접적 여파를 받은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는 갱단이 밀집한 지역이어서 구호 단체의 접근이 쉽지 않다.
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장-위킨스 메론은 "우리는 이번 지진이 이미 아이티가 직면한 위기에 하나를 더하는 것일 뿐임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선교 활동을 하는 가톨릭 신부인 프레디 엘리는 범죄조직 탓에 지진 지역으로 접근이 방해받고 있다면서 "도움을 바라는 이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케어 아이티'의 부국장인 무함마드 비지마나도 비슷한 이유로 물류상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바다를 통한 수송까지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티의 한 기업가는 트윗에 "이 나라는 결코 쉴 틈을 주지 않는다"며 "누적된 효과로 우리는 모든 것에 취약해졌다. 바로잡으려면 수년이 걸리지만 아직 시작도 못했다"고 한탄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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