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도쿄지사 간토학살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 5년째 거부

입력 2021-08-24 10:35  

고이케 도쿄지사 간토학살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 5년째 거부
추도식 실행위 항의…"잘못 반복하지 않는다는 자세 보여라"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가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직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에 대한 추도문을 5년째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토대지진 후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준비하는 실행위원회가 고이케 지사 측에 추도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더니 '보내지 않겠다'는 답변이 왔다고 도쿄신문이 24일 보도했다.
고이케 지사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추도문을 보냈으나 2017년부터 추도문 발송을 거부했다.
내달 1일 예정된 행사 때까지 추도문을 보내지 않으면 5년 연속 거절하는 것이 된다.
간토학살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은 1974년부터 시작됐으며 한국에서 '원조 극우'라는 별명을 얻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를 포함한 역대 도쿄 지사들이 추도문을 보냈다. 고이케가 이런 전통을 뒤집은 것이다.
고이케 지사는 도쿄도 위령협회가 여는 법요에서 모든 지진피해 희생자를 추도하고 있다며 개별적으로 열리는 추도 행사에 각각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간토 학살은 양민을 살해한 사건이라서 지진 피해로 뭉뚱그릴 성질의 사건이 아니다.



대지진 직후에 벌어졌다는 시기적 유사성이 있을 뿐 자연재해가 아니라 조직적인 범죄로 봐야 한다.
그간 고이케의 언행에 비춰보면 간토 학살에 대한 역사 인식이 추도문 거부의 실질적인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환경상으로 재직하던 2005년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를 참배하는 등 우익 성향을 드러냈다.
2017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희망의 당'을 창당했을 때는 입당 희망자에게 '외국인 참정권 부여에 반대한다'는 정책에 동의하라고 요구해 논란을 일으켰다.
취임 직후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지사가 도쿄에서 추진한 제2의 한국인학교 부지 제공 사업을 백지화하는 등 혐한(嫌韓) 기류에 편승해 정책을 편다는 의구심도 일으켰다.
실행위는 23일 고이케 지사에 대한 항의 성명을 도쿄도에 제출하고 추도문 제출을 재차 요구했다.
이들은 "민족적 차별 의식 등으로 인해 학살된 사람을 자연재해의 희생자와 한데 묶지 말고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간토학살은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발생한 규모 7.9의 간토대지진이 도쿄 등 간토 지방을 강타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재일 조선인과 중국인, 일본인 사회주의자 등이 다수 살해된 사건이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유포돼 조선인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일본인 자경단, 경찰, 군인이 학살을 주도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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