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손태승 징계 패소' 금융사 후속제재에 영향 주나(종합2보)

입력 2021-08-27 19:13   수정 2021-08-27 19:19

금감원 '손태승 징계 패소' 금융사 후속제재에 영향 주나(종합2보)
다음달초 하나은행 제재심 대기…원장 교체 맞물려 기조 변화 예상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유아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이 제기한 징계 취소 청구소송 1심에서 금융감독원이 패소함에 따라 앞으로 있을 하나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의 제재 수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더 나아가 정은보 금감원장 체제에서 금융감독 기조의 변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27일 손태승 회장의 징계 취소 청구소송 패소 후 금감원은 "판결 취지를 상세히 파악한 후 입장을 결정하겠다"거나 "금융위원회와 관련된 사항이므로 금융위와 협의하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금감원 구성원들은 이번 판결이 후속 금융사 제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우선 다음달 초 금감원이 하나은행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에 관한 제재심이 열릴 예정이다. 라임자산운용·디스커버리·헤리티지·헬스케어 펀드 등 하나은행이 판매해 불완전 판매 논란을 부른 사례들이 안건이 포함됐다.
하나은행 제재 역시 손태승 회장에 대한 제재와 마찬가지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해 금융사 경영자를 징계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하나은행 제재심은 지난달 말로 예상됐으나 손태승 회장 1심 판결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다음달로 시기가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날 패소 직후 진행한 온라인 언론 질의응답에서 "제재심을 진행 중인 건은 제재심 위원의 판단이 중요하므로 그들이 판단을 고려해 처리 방향 결정하겠다"고 말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감원이 같은 내용의 징계를 다룬 패소했기 때문에 하나은행 제재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결 취지를 자세히 살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손태승 회장 때와 동일한 논리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은행 외에도 각종 펀드 사태에 연루된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해 금융위의 제재 결정이 대기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판매와 관련해 손태승 회장과 같은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가 예고된 경영진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이상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이상 문책경고) 등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언론 질의응답에서 "판결문을 입수하는 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금융위와 관련된 사항이 많아 금융위와 협의해 향후 제재 처리 방향 등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각 금융회사에 대한 징계 범위·양형을 넘어 전반적인 감독 기조의 전환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금융권 자율성 훼손', '금융회사 인사권 침해' 등 반발을 무릅쓰고 내부통제기준 미비를 사유로 경영진 중징계를 밀어붙였다.
'무리한 징계'를 강행했다는 비판에 대해 금감원은 "구체적인 입장은 판결문을 분석한 후 정리하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시장과 끊임없는 대화'를 강조해 윤석헌 체제와 차별성을 강조했다.
앞서 정 원장은 취임사에서 "사후적인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금융권의 협력을 끌어내기 어렵고 결국은 소비자 보호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며 "우리는 민간에 대해 '금융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로서 사후 교정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검사·감독기조 변화 방향은 이날 금감원의 답변에서도 드러난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 징계 사유인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로 징계를 계속할 것인지 질문에 "신임 금감원장이 말한 것처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사후적 제재로 균형감 있게 운영하겠다는 방안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 원장의 감독 방향성과 이번 판결이 맞물려 검사와 징계, 또 금감원 인사 등 조직 관리에도 변화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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