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왕실 황금마차 제국주의 상징 논란

입력 2021-09-07 12:22  

네덜란드 왕실 황금마차 제국주의 상징 논란
19세기 네덜란드 여왕 위해 제작된 호화마차…최근 16억 들여 개보수
"계속 사용시 사회갈등" 퇴역 청원에 9천명 동참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19세기에 네덜란드 여왕을 위해 제작된 초호화 마차가 과거 식민지배와 노예제 등의 역사와 관련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5년간 140만달러(약 16억원)를 들여 보수작업을 거친 뒤 암스테르담 박물관에서 내년 2월 말까지 시한으로 최근 전시되기 시작한 황금마차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빌헬미나 여왕(1890~1948 재위)을 제작된 이 황금마차를 퇴역시켜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 운동에 최근 9천명 이상이 동참했다.
이 마차는 암스테르담시가 1896년 만들어 빌헬미나 여왕에게 바친 것으로 1898년 여왕의 즉위식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이후 네덜란드 왕실의 결혼식과 대관식에서 가끔 사용된 이 마차는 현대에 들어서는 네덜란드 의회 개회식에서 의전용으로 주로 쓰였다.
겉면을 전부 황금 도료로 칠하고 당시 네덜란드 제국 곳곳에서 진상한 나무와 가죽 등의 자재로 장식한 이 마차는 식민지 건설로 부를 축적한 네덜란드 왕가의 호화로움을 상징하는 대표 사치품으로 꼽힌다.
네덜란드의 군주제 반대파의 공격을 받은 적도 있다.
1966년 베아트릭스 여왕이 독일 귀족 출신으로 히틀러의 나치 소년단(유겐트)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는 클라우스 폰 암스베르크와 결혼한 뒤 마차를 타고 이동할 때 이 마차는 시위대의 연막탄 공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유럽으로 번져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착취와 노예제 운용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일면서 이 마차는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제니퍼 토쉬는 NYT 인터뷰에서 "과거 식민지의 후손들이 과거의 기억을 이런 식으로 재생산하는 것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최근의 일"이라면서 왕실이 이 마차를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게 되면 사회 갈등과 정의에 대한 논쟁을 계속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민주주의포럼 소속 기디언 판 메이제렌 의원은 "모든 것을 인종차별 문제로 보는 소수의 극단주의자가 우리를 정서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실도 황금마차를 전시가 끝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은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전시가 끝난 뒤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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