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한국에 '핵심이익 존중' 견제구 던지며 美포위 돌파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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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9-16 01:33   수정 2021-09-16 09:39

왕이, 한국에 '핵심이익 존중' 견제구 던지며 美포위 돌파 시도

왕이, 한국에 '핵심이익 존중' 견제구 던지며 美포위 돌파 시도

파이브아이즈·쿼드 가입 등에 반대 메시지 내포된 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핵심이익 및 중대 관심사 상호 존중"을 언급한 것은 한국이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왕 부장이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를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아닌 문 대통령에게 한 것은 외교적으로 이례적인 일이면서 그 메시지에 중국이 실은 무게를 짐작게 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왕 부장은 문 대통령에게 '한중관계 30년 발전의 세 가지 요소'를 제시하면서 첫 번째 요소로 '핵심이익 및 중대 관심사 존중'을 언급했다

중국의 이른바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는 중국 공산당 집권 체제, 영토의 완전성과 주권 문제, 지속적 경제 발전 등에 두루 걸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장(新疆), 대만, 홍콩 등 '하나의 중국'에 결부된 이슈에서부터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넓게 보면 미국과 펼치고 있는 전략경쟁 등이 다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내용들이다.

맥락상 왕 부장의 '핵심 이익 및 중대 관심사 존중' 언급은 좁게 보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가 논의된 데 대한 대응일 수 있다.

좀 더 넓게 보면 치열한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 쪽으로 한 걸음 옮긴 듯한 한국을 다시 중립 코너로 유도하려는 전략적 메시지인 동시에 미국과 국운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견제의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의 기밀정보 공유 대상 국가를 기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에서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하는 문제,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에 한국이 참여할지 여부 등이 '물음표'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은근한 경고를 던진 것일 수 있다.

왕 부장은 15일 미 의회가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을 가입시킬지를 검토하고 나선 데 대한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파이브 아이즈는) 완전히 냉전 시대의 산물"이라고 비판한 것에서도 중국의 의중이 묻어났다.



하지만 왕 부장이 압박성 발언만 한 것은 아니다.

정의용 장관과의 회담에 대한 중국 측 발표문을 보면 왕 부장은 한중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 방역 및 백신 협력,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제2단계 협상을 비롯한 경제협력을 장황하게 거론했다.

이는 단순한 립서비스 차원이 아니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치열한 미중갈등 속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쳐 놓은 그물망을 돌파하는 데 전략적으로 한국이 필요하기에 관계 강화를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왕 부장의 이번 동아시아 순방 방문국 면면을 살펴보면 확실한 친중국가라고 할 수 있는 캄보디아 외에 한국, 베트남, 싱가포르는 중국과 경제적으로 깊이 엮여있으면서도 미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다.

중국 입장에서 이들 국가를 최소한 '중립국가'로 만드는 것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기에 왕 부장은 이번에 가는 곳마다 협력과 공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최근 압박 일변도로 대응했던 호주가 중국 쪽으로 '투항'하기는커녕 쿼드의 일원으로서 대중 압박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 따른 '학습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와 핵시설 재가동 등 북한의 도발성 움직임이 재개된 가운데, 왕 부장의 이번 방한 이후 한국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의 전략적 위치 설정 측면에서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도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상호 존중'하자고 한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비핵화 등 안보 문제들을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로 제시함으로써 균형점을 찾는 시도도 필요할 전망이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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