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미국 아프간 철군은 '도주'…열린 판도라 상자 남겨놔"

입력 2021-09-17 22:34  

푸틴 "미국 아프간 철군은 '도주'…열린 판도라 상자 남겨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등서 비판…이란, 기구 정회원국으로 승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의 성급한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거듭 비판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개최된 러시아·중국 주도 유라시아 지역 협력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며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의 성급한 아프간 철군은 사실상 '도주'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프간 사태는 SCO 회원국의 안보 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여러 SCO 회원국들은 아프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푸틴은 "현재 기구(SCO) 앞에는 아프간 정세 악화와 관련된 심각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공통의 조율된 노선을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제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인들의 포괄적 평화 정착 과정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아프간에서 제기된 테러리즘, 마약 유통, 종교적 극단주의 등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현재 탈레반이 사실상 아프간 전 영토를 통제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아프간 정부가 평화 정착, 사회생활 정상화, 국민의 안전 보장 등에 대해 한 약속을 이행하도록 자극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SCO는 중국·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인도·파키스탄 등이 정회원인 협의체로, 회원국들이 모두 아프간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이날 SCO 회원국 정상들은 그동안 아프간, 몽골, 벨라루스 등과 함께 참관국(준회원국) 지위를 갖고 있던 이란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회원국 수가 8개에서 9개로 늘어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SCO 정상회의에 뒤이어 열린 SCO-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합동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아프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CSTO는 지난 2002년 옛 소련에 속했던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국이 결성한 군사·안보 협력체다.
푸틴은 미국이 20년간 아프간에 머물면서 탈레반에 남겨 놓은 것은 무기밖에 없다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테러리즘, 마약 거래, 조직범죄, 종교적 극단주의 등과 연관된 열린 판도라의 상자를 남겨 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탈레반이 구성한 임시정부와 교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임시정부를 승인할지의 문제는 SCO와 CSTO 2개 조직에서 조율해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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