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 정통성 결여 군부, 미신·점괘에 기댔나…시민들 '수군수군'

입력 2021-09-22 07:00  

[미얀마르포] 정통성 결여 군부, 미신·점괘에 기댔나…시민들 '수군수군'
과도정부로 명칭 변경에다 '마을 전소' 배경으로 미신·점괘 거론돼
10여년전 군부 인사들이 '여성 치마' 입고 등장한 해프닝도 다시 '소환'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군부는 미신이나 점괘를 철저하게 믿는다?
지난 2월 1일 작년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그 이유를 내세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집권한 군부의 주요 결정에 미신이나 점괘가 중요한 배경이라는 이야기가 현지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나온다.
가장 가까운 예가 집권 6개월이 된 지난 8월 1일 국가행정평의회(SAC)의 이름을 갑자기 바꾼 것이다.
군부는 SAC를 집을 지키는 정권이라는 뜻의 '에인 싸우 아쏘야'로 바꾸고, 그 성격을 과도 정부라고 스스로 칭했다.
SAC는 2008년 제정된 현행 헌법에 규정된 기구다.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에 대통령으로부터 군부가 정권을 넘겨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SAC 의장이 대통령을 대신하게 되어 있다.



군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입버릇처럼 SAC의 합법성을 강변해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군부가 갑자기 SAC의 명칭을 바꾼 이유를 놓고 '왜?'라는 의문이 일었다.
물론 이달 열리는 유엔 총회를 앞두고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그 원인으로 미신이 거론됐다고 한다.
대학교수 에이 찬 우(가명) 씨는 기자에게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미신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7월에 지진이 일어나면 정권이 바뀐다'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전국적으로 작은 지진이 일어나다 보니 군부도 이런 미신 때문에 신경이 쓰였고, 그래서 서둘러 SAC 이름을 헌법에도 없는 명칭으로 바꿔 '말 그대로 정권이 바뀌었다'며 스스로 안심하려 했다는 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얀마 중부 마궤주의 낑마라는 마을이 지난 6월 15일 전소된 사건에서는 점쟁이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250가구, 1천여 명이 사는 마을이었는데 군부가 시위 진압을 위해 마을을 모두 불태우는 건 찾아보기 힘든 일이어서 해외 언론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이를 두고 점괘에 따른 만행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교사 수 삐 륀(가명)은 이에 대해 마을 이름을 거론했다.
수 삐씨는 "'낑마'가 미얀마어로 여왕을 뜻하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아웅산 수치 정권을 뿌리째 뽑으려면 모두 불태워야 한다는 점쟁이의 말을 받아들여 마을을 전소시켰다는 설이 나돌았다"고 했다.



약 7개월 전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이틀 만에 주요 언론사 로고의 색이 바뀐 데에도 점쟁이의 '힘'이 작용했다는 설이 시민들 입에 오르내렸다.
당시 아무 설명도 없이 국영 일간지 쩨인모우의 로고 바탕색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국영방송사 MRTV의 로고도 빨간색 위치를 맨 뒤쪽으로 변경했다.
한 지인은 이를 두고 "수치 고문이 이끄는 정당인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완전히 없애거나 뒤로 밀어내야 정권이 유지된다는 점쟁이의 말에 따라 갑작스럽게 색깔을 바꾸거나 순서를 변경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이런 점에서 10여년 전 딴 쉐 군사정권 시절의 '해프닝'도 소환된다.
2011년 소수민족과 단일 독립국을 건설하자는 합의를 끌어낸 것을 기념하는 날인 유니언 데이 기념식에 당시 딴 쉐 국가평화발전위원회 의장 이하 모든 군부의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눈길을 끈 것은 이들이 군복을 입지 않은 것은 물론 미얀마 남성 전통 치마인 론지가 아니라 좀 더 화려하고 무늬가 있는 여성 전통 치마인 타메인을 입고 나타난 점이었다.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당시 한 점쟁이가 '앞으로 여성이 정권을 잡는다'는 점괘를 내놓은 것과 상관이 있다는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점괘를 무시하기엔 적잖이 신경이 쓰인 군부가 그 점괘가 실현된 것으로 '속이는' 차원에서 여성 치마인 타메인을 대거 동시에 입고 나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최근까지 이어지는 유사한 사례를 놓고 집권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국가 중요 결정에 미신이나 점괘를 갖다 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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