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난민촌은 사라졌지만…끝나지 않은 아이티 이민자 위기

입력 2021-09-27 06:32  

텍사스 난민촌은 사라졌지만…끝나지 않은 아이티 이민자 위기
중남미서 미국 향해 계속 북상…추방된 이들도 "다시 시도할 것"
아이티 총리 "지구에 빈부격차 있는 한 이주 계속될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 텍사스주 델리오의 국경 다리 부근을 가득 메웠던 난민촌은 사라졌지만, 수많은 아이티 난민으로 인한 곳곳의 국경 위기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수천 명의 아이티인들이 미국을 향해 위험한 정글을 건너고 있으며, 고국으로 추방된 이들도 곧바로 다시 탈출을 꿈꾸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26일(현지시간) 남부 국경 지역에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까지 송환 항공편을 운항한다고 밝혔다. 자발적으로 귀국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멕시코 남북부 국경에 모여 있는 아이티인 중 얼마나 미국행을 단념하고 귀국 비행기에 오를지는 불확실하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 땅을 한번 밟았다가 당국의 추방을 피해 다시 멕시코로 후퇴한 이들이다.
최근 한꺼번에 몰린 아이티 이민자들로 델리오에 생긴 거대한 임시 난민촌은 아이티 이민자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미 국경순찰대가 말을 타고 채찍으로 이민자들을 쫓는 장면까지 공개돼 논란을 키운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재빨리 델리오의 이민자들을 해산시켰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최근 2주간 델리오로 들어온 3만 명가량의 이민자 중 2천 명가량이 아이티로 추방됐고, 8천여 명은 멕시코로 후퇴했다. 1만2천 명은 미국에 남아 망명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고, 나머지는 이민자 수용시설 등에서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아이티인은 대부분 몇 년 전 고국을 떠난 이들이다.
2010년 대지진 이후 많은 아이티인이 일자리를 찾아 브라질이나 칠레로 이민했다.
남미 국가에서 일자리가 줄고 이민 정책이 엄격해지자 아이티인들은 보다 포용적인 바이든 정부의 이민정책에 기대를 품고 왓츠앱 메신저 등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한꺼번에 미국행에 나선 것이다.
본국 추방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목격했지만 중남미에서 아이티인들의 북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콜롬비아 국경 네코클리엔 '다리엔 갭'으로 불리는 험한 정글을 통해 파나마로 건너가려는 이민자 1만6천 명이 대기 중이다. 대부분 아이티인이다.
정글을 통과한 후 중미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아이티인들도 수천 명이며, 과테말라에서 들어와 멕시코 남부 국경에 발이 묶인 아이티인들도 많다.
일단 멕시코에서 일자리를 구해 머물려는 이들도 있지만 고국을 떠난 아이티인 대다수의 최종 목적지는 미국이다.
아이티로 추방된 이들도 고국에서 오래 머물 생각은 없다. 인구의 60%가 빈곤층인 아이티는 최근 더욱 치안이 악화한 가운데 대통령 암살과 대지진까지 이어져 혼란 상태다.
남편, 두 살 딸과 함께 포르토프랭스로 추방된 델타 데레옹은 AP통신에 "여기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며 "곧 다시 떠나고 싶다. 내가 가장 원치 않는 일은 내 딸이 여기서 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지난 25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인간은, 아이를 가진 부모는 언제나 빈곤과 갈등을 피해 탈출할 것"이라며 "지구상에 부유한 지역과 빈곤한 지역이 공존하는 한 이주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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