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 CEO, 자필 메모서 "스티브 잡스 되기"

입력 2021-09-30 10:39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 CEO, 자필 메모서 "스티브 잡스 되기"
'테라노스' 전 CEO 홈스, 잡스 복장 상징 '검은 터틀넥 셔츠' 즐겨
주목받던 시절 언론서 잡스에 자주 비견…본인도 "잡스가 우상"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바이오벤처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스스로 쓴 메모 중에 "스티브 잡스가 되기"란 구절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홈스는 실리콘밸리의 총아로 떠올랐던 시절, 언론에서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와 자주 비교됐는데 본인도 '잡스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경제매체 CNBC는 홈스가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한 일기 형식으로 쓴 10여 쪽 분량의 메모 중 일부를 입수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메모 가운데 2015년 4월 2일 쓴 내용 중에는 '스티브 잡스가 되기'(Becoming steve jobs)란 세 단어가 나온다.
잡스에 대한 언급은 테라노스의 변호사였던 데이비드 보이스와 대화 중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CNBC는 전했다.
홈스는 이 무렵 언론에 자주 모습을 내비쳤는데 잡스의 상징적 복장인 검은 터틀넥 셔츠 차림으로 나오곤 했다. 또 그녀 자신도 잡스가 우상이라고 말하곤 했다.
홈스 사무실에서 액자에 넣은 잡스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는 테라노스 전 직원의 증언도 있었다.



이 메모를 쓴 다섯 달 뒤 산업계를 다루는 미국 잡지 '잉크'는 홈스를 '차세대 스티브 잡스'로 표현한 표지 기사를 썼다. 이 기사는 "엘리자베스 홈스에게서 스티브 잡스를 보지 않으려면 정말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시작한다.
둘 모두 대학을 중퇴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자수성가해 억만장자가 됐다.
홈스는 19살 때 명문 스탠퍼드대학을 관두고 테라노스를 차렸고 31살이 되던 해 기업가치가 9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바람에 자수성가한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 벤처기업은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만으로 250여 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의료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테라노스가 가진 진단 기술이 알려진 것처럼 정확하지 않다는 탐사기사 시리즈를 내보냈고,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0'으로 추락해 결국 청산됐다.
이 보도 2주 뒤 홈스가 남긴 메모에는 '논점마다 반박 진술', '두려움 없는, 투명한, 숨길 건 없다'라고 적혀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홈스는 투자자와 환자를 상대로 사기·공모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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