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제조기' 두테르테, 비판 언론인 노벨평화상 수상에 '침묵'

입력 2021-10-10 10:10  

'막말 제조기' 두테르테, 비판 언론인 노벨평화상 수상에 '침묵'
대통령궁, 입장 묻는 질의에 답변 피해
"정권이 박해한 인물을 축하해줘야하는 상황"
수상자 레사 "두려움에 굴복했다면 권력의 전횡이 효과 거뒀을 것"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줄곧 자신을 비판한 언론인이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평소 거친 어휘가 섞인 논란성 발언을 쏟아냈던 두테르테가 자신을 공격해온 언론인의 수상 소식에 관한 언급을 피하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통령궁을 비롯해 두테르테의 대변인과 수석 법률자문 등은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58)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필리핀인이 개인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사는 두테르테의 여러 정책을 비판해온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Rappler)의 공동 설립자다.
이 매체는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자행된 초법적 처형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권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두테르테는 2018년 래플러에 대해 "가짜 뉴스 출구"라고 비난하면서 현장 취재 제한 조치를 내렸다.
또 레사는 2019년 2월에는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됐다.
작년에는 최대 6년의 징역형이 선고되는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으나 보석으로 풀려나 항소를 제기했다.
그는 현재 탈세 등 모두 7개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이른바 '막말 제조기'로 알려진 두테르테 본인과 보좌진들이 레사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해 함구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처한 난처한 상황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 정치인인 카를로스 이사가니 자라테는 "대통령궁의 침묵은 그들이 놀랐다는 증거"라면서 "특히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인을 모욕한 두테르테 본인도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필리핀대의 언론학 교수인 다닐로 아라오는 "대통령궁 입장에서는 정권이 박해한 인물을 축하해줘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한편 메나르도 게바라 법무부 장관은 뒤늦게 레사의 수상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도 명예 훼손에 대한 처벌은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리핀 국민으로서 수상 소식을 들어 기쁘다"면서 "그러나 사법적 원칙과 증거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레사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상은 전세계 언론인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언론 자유를 위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가 두려움에 굴복했다면 권력의 전횡이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벨상을 타기 위해 노르웨이로 출국할 수 있는 허가를 정부가 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bum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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