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인상 시위 2주년 앞두고 이란 주유소 전산망 '마비'(종합2보)

입력 2021-10-27 02:09  

유가인상 시위 2주년 앞두고 이란 주유소 전산망 '마비'(종합2보)
테헤란 주유소마다 시민들 긴 줄에 불만 토로…"사이버 공격받아"
정부 "유가 인상 계획 없다" 진화 나서…6시간 만에 부분적 운영 재개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테헤란을 포함한 이란 전역의 주유소 전산망이 한때 마비돼 큰 혼란을 불렀다.
이번 사태는 2년 전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리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촉발된 날을 두어 주 앞두고 벌어졌다.
국영 IRIB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께 이란 석유부 전산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켜 전국 주유소 운영이 중단됐다.
테헤란 시내 모든 주유소에서는 주유하려고 온 차량이 길게 줄을 지어 섰다.
택시 운전기사 알리(48) 씨는 "기름을 넣으려고 2시간째 기다리는데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란 국민들은 통상 국가가 발급한 '주유 카드'를 이용해 차량에 연료를 넣는다. 이 카드를 사용하면 공시 가격보다 50% 저렴하게 주유할 수 있다.
이날 주요소 전산 마비는 이 보조금 수급용 카드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헤란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주유 카드를 쓰지 않고, 연료를 구매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전했다.
현지 시장 환율로 환산한 이란의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140원(할인 전) 수준이다.
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은 발길을 돌렸고, 일부 운전자들은 보조금을 포기하고 현금을 지불하고 주유하기도 했다.

석유부는 긴급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한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은 IRIB에 "사이버 공격을 당해 석유부 전산에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아직 이번 사이버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전산망이 마비된 지 약 6시간 만에 주유소들이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오후 5시 기준 테헤란에서 정상 운영되는 주유소는 총 339개 중 43개라고 집계했다.
로이터 통신 등 서방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이란의 주요 고속도로 전자 광고판도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광고판에는 한때 "우리의 휘발유는 어디 있나?" 등 최고지도자와 지도부를 비판하는 문구가 게시됐다.
이날 주유소 마비 사태는 2019년 테헤란 등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날을 2주가량 앞둔 상황에서 벌어졌다.

2019년 11월 중순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리자 테헤란 등 100여 개 도시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국제인권단체들은 당시 당국의 무력 진압으로 시위대 수백 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민심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을 보이자 아흐마드 바히디 내무부 장관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이란 정부는 휘발유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란의 국가기관이 사이버 공격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달 전 테헤란 에빈 교도소(구치소 겸용)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사이버 공격에 의해 유출됐다.
SNS를 통해 퍼진 영상에는 야윈 수감자가 의식을 잃은 채로 교도관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 수감자들이 폭행당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지난 7월 철도망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을 당해 하루 동안 철도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테헤란 인근 원자력청 건물이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공격을 받았고, 지난 4월에는 나탄즈 핵시설이 사이버 공격으로 전력망이 파손됐다.
이란 정보 당국은 잇단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을 지목해 왔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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