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가뭄·산불 시달리던 美캘리포니아, 이번엔 폭풍우

입력 2021-10-27 06:06   수정 2021-10-27 06:51

[월드&포토] 가뭄·산불 시달리던 美캘리포니아, 이번엔 폭풍우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올드 팝 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잇 네버 레인스 인 서던 캘리포니아(It Never Rains In Southern California)'는 제목 그대로 '남부 캘리포니아에는 절대 비가 안 온다'는 뜻의 노래입니다.
국내엔 서정적인 선율의 '포 더 피스 오브 올 맨카인드(For the Peace of All Mankind)'로 더 유명한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앨버트 해먼드의 대표 히트곡이지요.



흥겨운 곡조의 노래지만 실제 가사를 들어보면 '남부 캘리포니아엔 비가 안 온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본 것 같아서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사람들이 경고 안 하던가요? 와, 비가 퍼붓습니다. 퍼부어요'라고 돼 있습니다.
이 노래는 '아메리칸 드림'(화창한 날씨)을 꿈꾸며 기회의 땅 로스앤젤레스(LA)에 왔지만 냉혹한 현실(퍼붓는 비)에 마주친 한 남자에 관한 비유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주말인 24∼25일 캘리포니아에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지중해성 기후여서 봄·여름엔 비가 거의 안 오고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우기인데 제대로 비가 온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에는 10년 가까이 가뭄이 들었던 터라 한편으로 반가운 비 소식이기도 했지만 너무 과한 게 탈이었습니다.
거센 폭풍과 함께 닥친 비는 가뭄과 대형 산불에 지쳐 있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 산사태와 침수, 단전, 도로 폐쇄 등의 피해를 추가로 안겼습니다.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샌타로사, 소노마 등지에서 빗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도로와 가옥이 물에 잠겼고,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전선을 덮치면서 수십만 가구가 정전됐습니다.
커다란 나뭇가지가 부러져 도로 위로 떨어지면서 폭우 속을 달리는 운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주도(州都)인 새크라멘토는 일요일인 24일 1800년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비가 많이 온 날로 기록됐습니다. 그런데 불과 8일 전인 16일 새크라멘토는 전혀 다른 기록을 세웠습니다. 비가 안 오는 날씨가 212일째 이어지며 최장기 건조 기간 기록을 새로 쓴 것이죠.
샌프란시스코와 레딩 등 다른 도시들도 최근 최대 강수량 기록을 깼습니다. 올해가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건조하고 무더운 해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역설적인 일입니다.


이번 비로 어느 정도 해갈은 되겠지만 만성적인 가뭄이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앞으로 캘리포니아에서 건기가 더 길어지고 우기는 짧아지되 더 강도가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기후 변화 때문이지요.
지구 온난화가 단순히 '더 더워진다'는 차원을 넘어 '더울 때는 더 덥고, 추울 때는 더 추워진다'는 이른바 '극한 기후'를 뉴노멀(새로운 정상)로 만들 것이라는 데 많은 기후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순환은 또 극한 기후로 인한 피해를 더 키우는 데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의 가뭄은 초목과 토양을 메마르게 해 대형 산불에 더 취약한 환경을 조성하고, 이렇게 가뭄과 산불로 산림과 초목이 파괴되면 폭우 때 산사태가 일어나기 쉬워집니다.
흙과 바위 등을 지지해줄 초목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올해 딕시 산불로 피해를 본 지역에서는 이번 폭풍우로 산사태가 나 고속도로가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빈번해지는 한국의 가마솥 더위와 북극 추위 역시 기후 변화의 여파일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를 늦추려는 개개인의 노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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