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권자 또 자민당 선택…닻올린 기시다, 국정운영 탄력(종합2보)

입력 2021-11-01 07:04   수정 2021-11-01 11:19

일본 유권자 또 자민당 선택…닻올린 기시다, 국정운영 탄력(종합2보)
예상보다 의석 덜 잃어…스가 교체·신규확진자 급감·여당 프리미엄
야당 대안세력 한계 또 노출…제3세력 일본유신회는 약진
당 간사장 초유의 지역구 낙선은 '경고'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4년여 만에 실시된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일본 유권자는 다시 자민당을 신임했다.
애초 예측됐던 것보다 자민당의 의석 감소폭이 작아진 것은 유권자들이 안정감을 앞세운 자민당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9월 29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돼 10월 4일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정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첫 시험대를 무난하게 통과해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됐다.

◇ 자민당 '위기론' 속 총선…'선거의 얼굴' 등판 기시다 선방
31일 총선에서 자민당은 지역구(소선거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 등 전체 465석 가운데 261석을 가져갔다.
중의원(하원) 상임위원회 전체 위원장과 각 상임위 구성에서 과반을 장악할 수 있는 '절대 안정 다수'(261석) 기준선에 안착한 것이다.



직전 276석에는 못 미치지만, 그간 일부 현지 언론매체가 예상했던 것에 비춰보면 좋은 성적이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하기 2개월 전인 지난 8월 한 유력 주간지 조사에선 자민당이 과반(233석 이상)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최근 실시된 주요 일간지 조사에서도 과반 확보가 불확실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선거의 얼굴'로 자민당을 이끈 기시다 총리는 승패 기준으로 여당(자민·공명당) 과반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자민당의 선거 전망은 어두웠다.
특정 비밀 보호법 제정·안보법제 개편 강행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밀어붙이기 정치를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모리토모(森友)학원·가케(加計)학원,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 등 아베 정권 시절의 각종 비리 의혹도 유권자의 등을 돌리게 할 요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도 상당했다.
기시다 총리의 전임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재임 중에는 '불통 정치'라는 비판도 비등했다.
2012년 12월 압승한 중의원 선거를 통해 자민당이 재집권한 후 가장 악조건 속에서 치른 선거치고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지율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스가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직에서 물러나고 자민당의 새 얼굴로 기시다가 등장한 것이 일정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자가 전체 인구의 70%를 넘어선 가운데 한때 하루 2만5천 명을 웃돌던 신규 확진자가 최근 300명 안팎까지 급감하면서 뒷북 대책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던 방역 행정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가 가라앉은 것도 자민당이 선전한 배경으로 꼽힌다.

◇ 안정감 중시 유권자 또 자민당 선택…야권 단일화 효과 '미약'
이른바 '자민당 프리미엄'도 한몫했다.
평소 일본 주요 언론매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 내각 지지층에 자민당 정권이기 때문에 지지한다는 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이런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권자가 자민당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음에도 야당이 대안 세력으로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이는 2012년 말까지 약 3년 3개월 이어진 옛 민주당 정권에 대한 유권자의 부정적인 인상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민주당 내각이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때 보여줬던 '우왕좌왕' 대응에 대한 기억이 일본 유권자로 하여금 자민당의 대안으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선뜻 택하지 못하게 한 이유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도 야당은 약 7년 9개월 이어진 아베 정권과 아베 계승을 표방한 스가 정권의 폐해를 비판하며 '정권 교체'를 내걸었으나 유권자들은 여전히 자민당이 주는 안정감을 선택한 셈이 됐다.
입헌민주당을 포함해 5개 주요 야당은 전국 289개 지역구의 75%인 217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뤘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단일화에 참가한 5개 야당이 확보한 의석은 직전 중의원 해산 시점의 131석에서 오히려 121석으로 10석 줄었다.



그러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많은 선거구에서 여당 후보와 접전을 벌였다. (단일화가)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면서 자민당이 "야당의 의견을 듣고 정중한 국회 운영을 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단일화에 동참하지 않고 제3세력을 표방한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가 기존(11석)의 4배에 육박하는 41석을 확보했다.
자민당의 감소한 의석과 다른 야당의 의석을 흡수한 양상이다.
앞서 주요 언론의 조사에서 부동층이 30∼4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은 이들 중에 결국 자민당에 표를 던진 이들도 꽤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기시다 '위기론' 진화…간사장 지역구서 초유의 패배
기시다 총리는 이번 총선을 통해 일단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불식하고 자민당의 위기론을 상당 부분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 시절만큼의 압승은 아니지만, 야당의 후보 단일화 전략을 제압하고 권력 기반을 비교적 안정되게 유지했다.
기시다는 총선 후 경제 정책을 뒷받침할 추가경정예산을 연내에 처리하고 경제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 구상을 실현할 정책의 구체화를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자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로 받아들일 부분도 드러났다.
자민당 거물이 줄줄이 패배한 것이 대표적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할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간사장이 지역구에서 야당 신인에게 밀려 패배했다.
현직 자민당 간사장이 지역구에서 패배한 것은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아마리는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것이 패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기시다 총리에게 사임할 의향을 전달했다.
또 와카미야 겐지(若宮健嗣) 국제박람회(엑스포) 담당상,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전 자민당 간사장, 히라이 다쿠야(平井卓也)전 디지털 담당상,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전 올림픽 담당상 등이 소선거구(지역구)에서 야당 후보에게 패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일부는 중복으로 출마한 비례대표에서 구제됐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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