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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남아공 '만델라 당' ANC의 30년 아성 무너지나

입력 2021-11-01 20:50  

[르포] 남아공 '만델라 당' ANC의 30년 아성 무너지나
프리토리아 현장 투표소 ANC 지지자 찾기 힘들어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내 당이지만 더는 찍지 않겠다."
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의 '59구역(ward)' 투표소에서 만난 흑인 유권자 노먼 못체페(53)는 단호하게 이같이 말했다.
남아공에서 지난 27년간 집권해 온 ANC의 한세대에 가까운 아성이 자칫 무너질 수도 있다는 짐작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흑인 자유투사 넬슨 만델라의 정당인 ANC가 처음으로 과반을 달성하지 못해 연정을 구성해야 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못체페는 "집에서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고, 변기 물을 내리면 작동을 해야 한다"라면서 ANC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건 흑백 인종 간 문제가 아니다. 관련 예산도 1조 랜드(약 76조 원)가 넘는데 이런 걸 해결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새로운 정당인 '액션 SA'를 찍는다고 했다. 액션 SA는 과거 제1야당인 민주동맹(DA) 출신으로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의 시장을 역임한 흑인 허만 마샤바가 이끄는 실용주의 신생 정당이다.
못체페는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건 생활 문제다. 기성 정치인보다 비즈니스맨이 더 잘하고 신뢰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마샤바는 기업인 출신이다.

이번 선거에선 특히 급진좌파 경제자유전사(EFF)의 약진이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지방선거에서 득표율이 4.3%에 그쳤지만 이번에 일부 여론조사에서 14.8% 득표도 예상되고 있다.
흑인 대학생 시파만들라 숑궤(21)는 주로 백인들이 줄을 서 있는 이곳 독일계 비영리기관에 차려진 투표소 바깥 줄에서 당당히 EEF의 상징인 붉은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그는 "ANC는 흑인 해방에 공이 있지만, 지도부가 권력을 누릴 줄만 알았지, 어려운 흑인 대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흑인은 남아공 인구의 80%를 차지한다.
이어 1994년 이전에는 ANC가 흑인을 대변하는 거의 유일한 정당이었지만 지금은 대안이 있다면서 그 정당이 바로 EFF라고 말했다. EFF는 과거 ANC 청년 지도자로 있다가 갈라져 나온 줄리어스 말레마가 이끌고 있다.
숑궤는 "ANC는 (리더다운) 리더가 없다"면서 EFF야말로 보통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적 플랫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소셜미디어 맨'이라고도 소개했는데, EFF는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토지 무상몰수, 광업·은행 국유화 등 EFF 정책이 너무 급진적이 아니냐는 질문에 "토지는 당연히 (원래) 우리 것이라 (무상 몰수는) 적법한 것이다"라면서 "광업과 은행의 파워도 지금처럼 사업가들이 사촌과 친척들끼리 해 먹고 있는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아공 대표적 휴양도시 케이프타운은 주로 백인계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DA의 근거지이다. 그럼에도 투표일 전날 곳곳에 있는 흑인 타운십(비공식 주거지)에선 대체로 EFF의 포스터가 높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프리토리아의 한 흑인 노인은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았다. 그 또한 최소한 자신을 자신 있게 ANC 지지자라고 공개하지도 않았다.
이에 비해 백인 라이언 스토츠(30)는 "ANC가 이번 선거까지는 간신히 과반수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면서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종식이라는 위대한 유산이 무능과 부패로 빛이 바래긴 했어도 아직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스토츠는 그러나 "4년 뒤면 달라질 것"이라면서 새로운 유권자층이 속속 진입해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DA 지지자인 자신은 ANC의 횡령과 부패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고도 말했다.
네덜란드계 토착 백인 후손인 아프리카너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살고 있는 프리토리아의 백인들은 대체로 DA를 지지했다.
제니 파블로(70)와 이름이 바네사(50)라고만 밝힌 여성은 자신들의 구역 대표인 DA 출신이 지역사회에서 잘하고 있다면서 다시 이 후보를 찍었다고 밝혔다.
이곳 선관위 관계자는 59구역에 유권자가 2천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7시부터 시작해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이 날 전국 투표 결과는 며칠 내로 공개된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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