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난민'이 쏟아진다…서울아파트 월세 거래량 사상 최다

입력 2021-11-21 09:40   수정 2021-11-21 16:22

'월세 난민'이 쏟아진다…서울아파트 월세 거래량 사상 최다
1∼11월 기준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다…금천구는 4배 폭증
월세 강북권 117만원·강남권 129만원…송파·서초 상승 가팔라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전셋값 급등과 전세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월세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가 사상 최대로 늘어난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조세 부담을 전가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임대료도 치솟고 있다.

◇ 서울아파트 월세 거래량 2011년 통계 집계 이래 최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5만6천169건으로, 1∼11월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임대차 계약은 전세·월세·준월세·준전세로 분류된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뜻한다.
전세를 제외한 월세·준월세·준전세를 통튼 전체 월세 거래량은 아직 이달이 다 끝나기도 전에 이미 지난해 1∼11월 월세 거래량(5만4천965건)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1∼11월 기준으로 전체 월세 거래는 2011∼2012년 2만5천건대였다가 2013∼2014년 3만건대, 2015∼2019년 4만건대로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해 처음으로 5만건을 넘어서면서 종전 최다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미 지난달(5만4천762건)에 5만건을 돌파하며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정해진 법정 기한 없이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를 토대로 집계되는데 최근 월세 거래 증가 추이를 고려할 때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 올해 1∼11월 월세 거래 비중은 36.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직전 1∼11월 최고치는 2016년의 34.7%였다.
특히 서울에서 평균 아파트값이 가장 낮아 중산층과 서민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금천구의 경우 올해 들어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2천18건으로 폭증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의 월세 거래량(504건) 대비 4배를 웃도는 수치다.
금천은 올해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월세 비중(59.1%)이 전세 비중(40.9%)보다 높은 곳이다. 지난해까지 금천구에서 월세 비중이 30%를 넘은 적은 없었다.
이처럼 월세 거래가 폭증한 것은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셋값 급등세가 지속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최근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전세자금대출까지 막히면서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전세가 더욱 요원한 상황이 됐다.



◇ 1년 만에 10% 넘게 오른 서울 월세…무주택 서민 이중고
월세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치솟고 있어 월세 세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달 123만4천원을 기록해 작년 10월(112만원) 대비 10.2% 올랐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80만2천원으로 80만원을 돌파하며 1년 전 대비 상승률이 12.5%에 달했다.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중앙하이츠빌 전용면적 84.8768㎡는 지난달 13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5만원(9층)으로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2월 같은 액수의 보증금으로 월세 80만원(1일·19층), 100만원(26일·4층)에 계약된 것보다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이 단지의 현재 월세 물건 시세는 보증금 2억5천만∼3억원에 월세 120만원 수준으로 보증금이 대폭 뛰었다.
이 단지 근처에서 영업하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대표는 "전세는 매물이 아예 없고, 전세자금 대출도 못 받는 사람이 많아서 세입자들이 월세나 반전세를 찾는다"며 "대출금리도 올라서 대출이자를 내나, 월세를 내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상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의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달 기준 129만4천원으로,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 117만2천원보다 12만2천원 높은 수준이다.
강남권 중에서도 송파구(8월 0.26%→9월 0.54%→10월 0.73%)와 서초구(8월 0.30%→9월 0.46%→10월 0.63%)는 지난 9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달 월세 상승률 1, 2위로 올라섰다.
강남권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종부세 부담 탓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월 임대료를 세금이 오른 만큼 최대한 높여서 받으려고 한다"며 "조세 부담 전가가 시간문제인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월세 세입자"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월세라도 받아 종부세를 내자는 생각으로 월세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가뜩이나 임대차3법과 저금리 등으로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데 점차 전세의 종말이 오고 월세가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 시행과 대출 규제, 종부세 부담 급증이 월세 거래량 폭증과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며 "내년 8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돌아오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면 월세 시장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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