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아세안 승부수…동남아서 일대일로-B3W 격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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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23 18:14  

중국의 아세안 승부수…동남아서 일대일로-B3W 격전 예고

중국의 아세안 승부수…동남아서 일대일로-B3W 격전 예고

중국, 미국 포위 출구로 동남아 지목…지원패키지 풀고·남중국해 봉인 시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물량 공세를 벌이면서 동남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 우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시 주석은 22일 영상으로 개최된 중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양측간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고 5년간 1천500억달러(약 178조원) 상당의 농산물 수입, 3년간 15억달러(약 1조7천800억원)의 개발원조, 1천개의 선진 응용 기술 제공, 청년 과학자 300명 방중 교류 등 '보따리'를 풀었다.

이번 정상회의 자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던 이벤트였지만 마침 지난 16일(한국시간) 미·중 첫 영상 정상회담에서 양측간의 치열한 전략경쟁 관계가 재확인된 직후 이뤄진 행보였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작지 않았다.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가 다른 나라의 참여에 문을 열어 둔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중국 포위망에 동남아 국가들이 동참하지 않도록 단속하는 한편 서방의 동남아 경제 지원 구상에 맞서 '선수'를 치려는 중국의 구상이 읽혔다.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영국은 G7 외교개발장관회의(현지시간 12월10∼12일·리버풀)에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회원국을 초대하겠다고 22일 밝힌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앞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미국 중심 서방의 '더 나은 세계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동남아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3W는 중저소득 개발도상국이 2035년까지 약 40조달러(약 4경7천496조원) 규모의 기반시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6월 G7(미·영·프랑스·독일·캐나다·일본·이탈리아) 정상회의에서 본격 소개됐다.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는 가치 중심적이고 높은 수준의 투명한 인프라 파트너십'이라는 것이 당시 G7의 설명이었는데 중국이 2013년 시작한 일대일로에 대항하는 성격이라는 것이 대체적 평가였다.

일대일로의 기치 하에 추진되는 중국의 금융 지원 정책이 개도국을 '빚의 함정'에 빠뜨린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B3W는 일대일로와는 차별화한 방식의 인프라 지원 구상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12월 동남아 국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G7 회의가 열린다는 점에서 B3W의 1차 주요 공략 대상이 동남아일 것이라는 추정에 무게가 실린다.

그런 터에 중국은 이번 중-아세안 정상회의를 동남아 국가들을 일대일로의 협력자로 붙들어 두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G7이 동남아 국가들을 불러 B3W를 구체화하기에 앞서 아세안에 과감한 지원 구상을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은 정상회의 연설에서 "고품질의 일대일로 건설", "일대일로 국제산업협력 시범구 건설" 등 총 3차례 일대일로를 거론하며 관련 협력 의지를 피력했다.

또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영유권 분쟁이 존재하는 남중국해에 대해 시 주석이 "남중국해의 안정을 함께 수호하고, 남중국해를 평화의 바다, 우의의 바다, 협력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남중국해 관련 갈등이 동남아와의 협력에 저해 요소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의중이 묻어났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은 앞으로 미·중 지정학적 격돌이 벌어질 수 있는 지역이 동남아라고 보고 있다"며 "아세안과의 협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재 중국의 대 근린국 정책의 핵심이 됐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이번 중국-아세안 정상회의에 대해 "미국이 일대일로를 무력화하려 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동남아와의 기존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하고, 남중국해 문제에서 더 이상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현상을 유지하려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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