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통, 민감 시기에 '주미 대표' 대신 '주미 대사'로 표현

입력 2021-11-24 10:58  

대만총통, 민감 시기에 '주미 대표' 대신 '주미 대사'로 표현
주미 대만 외교공관 '타이베이대표처'→'대만대표처' 변경 움직임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대만의 해외 외교공관 명칭 문제를 두고 대만·미국 진영과 중국이 날 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공개적으로 미국 주재 대표를 '미국 대사'라고 표현했다.
차이 총통은 23일 밤 페이스북 계정에 이날 화상 연결 방식으로 열린 '제2차 경제번영 파트너십 대화(EPPD)' 결과를 소개하면서 행사 사진을 올렸는데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대표 옆에 '주미 대사'(駐美大使)라는 설명을 달았다.
샤오 대표는 대만의 실질적 주미 대사라고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미국과 대만 간에 공식적인 외교 관계가 없기 때문에 공식 직함은 주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대표'(Representative)다.
1979년 미·중 수교 이래로 중국은 미국 등 수교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경하게 요구함에 따라 대만은 대표처 이름에 '중화민국'은 물론 '대만'이라는 단어조차 쓰지 못했다.
대만이 각국 외교공관에 파견한 사실상의 대사들도 '대표'라는 직함으로 대외 활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과 대만의 관계 강화 흐름 속에서 샤오 대표는 작년 9월 개인 트위터 계정에서 자기 프로필을 '주미 대만 대사'(Taiwan Ambassador to the US)로 바꾸면서 미국과 대만이 단교하고 나서 40여 년 이어진 금기를 깨 주목을 받았다.
이후 주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차원에서 이따금 샤오 대표를 '대사'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대만 정부 기구가 공식적으로 샤오 대표를 '대사'로 부르는 경우는 없었다.
차이 총통의 이번 '대사' 표현은 대만이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의 압박에 의해 극도로 좁혀진 외교 공간을 넓히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나왔다.
대만 외교공관이나 공관 수장 명칭 문제는 언뜻 사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만의 외교 공간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중국과 국제사회에서 생존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혀보려는 대만은 이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동유럽 국가 리투아니아가 미국의 적극적 지원 속에서 신설된 대만 공관에 오랜 외교 관례를 깨고 '타이베이 대표처'가 아닌 '대만 대표처'라는 명칭을 쓰도록 허용하면서 중국이 외교 관계 강등을 선언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미국 역시 워싱턴의 '주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를 '대만 대표처'로 이름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중국이 주시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월 미국도 워싱턴의 대만 공관 명칭을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처'에서 '대만 대표처'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만일 미국이 '대만 대표처' 명칭을 허용한다면 서방 국가들이 대거 이를 뒤따를 수 있어 제한적 수준이나마 모처럼 형성된 미·중 간의 협력 분위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은 대만을 전쟁을 통해서라도 되찾아야 할 자국 영토의 일부분으로 간주하지만 미국은 미중 신냉전 와중에 대만과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6일(중국 시간)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이 가장 날카롭게 대립한 주제는 대만 문제였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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