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거르고 학업도 포기…최악 경제난 레바논 '아동 위기'

입력 2021-11-24 17:36  

끼니 거르고 학업도 포기…최악 경제난 레바논 '아동 위기'
유니세프 조사…결식아동 있는 가구 비중 50% 이상·학업중단 30% 이상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사상 최악의 경제난에 허덕이는 레바논에서 끼니를 거르거나 학교에도 못 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밝혔다.
24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니세프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 9월 레바논에서 끼니를 거르는 아이가 1명 이상인 가구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조사 당시에는 결식아동이 있는 가구 비중이 37%였다.
경제난으로 아이들의 학업을 중단시킨 가구 비중도 지난 4월 26%에서 30% 이상으로 늘었다.
또 아이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하는 가구도 28%에서 34%로 증가했다.
유니세프 레바논 사무소의 유키 모쿠오 대표는 "애석하게도 레바논의 상황은 끊임없이 추락해 빠르게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며 "거의 모든 아동을 열악하고 결핍된 상황으로 내모는 '아동 위기'가 닥쳤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지금 나서지 않으면 모든 레바논 아동들의 미래가 위태로워진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 후 종파 간 세력 균형을 이유로 독특한 정치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권력분점이 낳은 정계의 부패와 무능은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2019년 본격화한 경제 위기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지난해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라는 악재를 만나 깊어지면서 레바논을 국가 붕괴 직전의 위기로 내몰았다.
특히 대폭발 참사 후 새로운 내각을 꾸리지 못해 13개월간 국정 공백이 이어지면서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끝없이 추락했다.
1997년 이후 고정환율(달러당 1천507파운드) 제도가 유지되지만, 암시장에서는 1달러당 환율이 2만3천 파운드까지 치솟기도 했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레바논의 경제 위기를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으로 진단했다.
지난 9월 새로운 내각이 꾸려져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등 협상이 재개됐지만, 정치권은 강력한 경제 개혁 등 조치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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