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원장, 내년 한미훈련 유예·해리스-김여정 협상채널 제안

입력 2021-12-01 08:51   수정 2021-12-01 11:02

외교원장, 내년 한미훈련 유예·해리스-김여정 협상채널 제안
방미 국책연구원장들, 美에 종전선언 설파…전향적 태도 촉구
"북의 SLBM 시험발사 문제삼지 않는 게 도움" 주장, 논란일듯
"종전선언, 미래 위한 전략"…"관계정상화 통해 대북 관여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정부의 대표적인 통일·외교·안보 국책연구기관의 수장들이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 필요성을 설파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의 징검다리를 놓고자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을 놓고 미국 조야의 여론을 환기하려는 차원의 행보로 읽힌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과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가 주최한 북미관계 전망 포럼과,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비핵화 협상 입구로서의 종전선언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김 원장은 현시점 한미 간 전략대화의 화두를 종전선언으로 규정하고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정부의 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전략 관점에선 한반도에 지속해서 작동 가능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전략이기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종전선언은 대화로 가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라며 "한미 간 종전선언 문구 협의는 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부를 계승하며 뭔가 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뜻에서 상황 관리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1992년 한중 수교 모델을 적용해 관계 정상화나 수교를 추진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비핵화의 종착역으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관계정상화를 매개로 북한을 비핵화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원장은 "북한을 불량국가로 악마화해 핵을 가질 것이냐, 생존할 것이냐라는 지금까지의 양자택일 방식이 성공할 수 없었기에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한 대북 관여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종전선언은 미국이 북한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으나 "미국은 적극적으로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미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종전선언을 망설이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평화협정을 생각하면 종전선언은 첫걸음인데, 토를 다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선뜻 받을지도 모르는데 자꾸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대북제재가 북한에 대한 '징벌'이란 의미가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은 벌 주는 것만 남았고 오히려 북한은 대북제재를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등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이 되고 있다"며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제재완화 방향으로 가면서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며 "다만 무조건 해줄 순 없고 약속을 안 지키면 다시 제재하는 스냅백을 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내 일각에서 종전선언이 유엔군사령부나 주한미군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을 의식한 듯 "(종전선언은) 김정은 체면을 세워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의미이지, 그것 자체의 파급효과를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홍 원장은 "우리에게 위협은 사실이지만 우리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개발하는데 그에 상응하는 사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땐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언급은 SLBM을 비롯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해온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언이어서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원장은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도 "(미국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정도 실험은 묵인할 수 있는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홍 원장은 "종전선언이 안 되고 이 상태가 지속하면 내년 4∼10월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피하는 방안으로 내년 봄 한미연합훈련 유예를 제안했다.
그는 "연합훈련을 해도 1부는 방어, 2부 반격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2부 훈련이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이 있어 굉장히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북으로 (반격해) 올라간다는 것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것이고, 그리되면 결국 우리가 하지 못할 것을 훈련하는 것이다. 2부 훈련은 생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착상태인 북미협상에 대해서도 그는 "북미 간 톱다운(하향)·보텀업(상향) 병합 방식이 안 되면 협상해도 타결이 어렵다"면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정도의 회담이 안 되면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북미협상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양측의 '넘버2간 협상'을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은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 중 하나라는데 말과 행동이 다르다"며 "그런 생각 자체를 안 바꾸면 절대로 북핵 문제 해결은 어렵다. 종전선언은 기본이고 스냅백을 동원한 제재 완화를 안 하면 북핵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북한 체제는 정상 간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은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며 "대화에 나오면 논의할 수 있다고 하는 정도로는 북한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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