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과 중국 기술기업 밀월 시대 저문다

입력 2021-12-02 13:13  

미국 자본과 중국 기술기업 밀월 시대 저문다
블룸버그 "가변이익실체 이용 자국 기업 해외 상장 금지"
미국도 퇴출 압박…미중 '치킨게임' 속 내년 무더기 상폐 관측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신(新) 냉전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겹겹이 설치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 정부는 회계 투명성 문제를 이유로 자국 증시에서 중국 기업을 무더기로 퇴출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어 미국 월가의 자본과 중국 기술기업 간의 밀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 '빅데이터 넘어갈라'…빅테크 미국행 가로막는 중국
블룸버그 통신은 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가변이익실체(VIE·Variable Interest Entities)를 이용한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금지하되 홍콩 증시 상장 때는 당국의 인가를 거쳐 제한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VIE는 지분을 직접 갖지 않지만 수익 이전 등 각종 계약을 통해 해당 사업 법인의 실질적 통제권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지주회사와 구별된다.
그간 알리바바 등 많은 중국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가 외국인 투자 제한 등 규제를 회피하려고 케이맨제도 등 조세 회피처에 만든 역외 법인인 VIE를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을 해왔다.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는 1일 밤 내놓은 한 줄 짜리 성명을 통해 "관련 보도를 주의 깊게 지켜보았으나 이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디테일'에 다소간에 차이가 있더라도 중국의 VIE 우회 상장 금지 추진 방향은 대체로 맞는 것으로 본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감독당국이 최근 VIE 구조를 활용한 기업에 관한 감독 방법을 제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향후 VIE 활용 기업의 해외 상장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산업 간에 적용 규정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오랫동안 합법과 불법 사이의 '회색 지대'에 있던 VIE 활용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은 자국 기업의 미국 상장에 쐐기를 박는 조처로 평가된다.
VIE 활용을 원천적으로 막되 자국의 통제 아래 홍콩에서는 예외를 인정한다는 내용은 중국의 의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알리바바, 바이두, 디디추싱, 징둥, 핀둬둬, 트립닷컴, 넷이즈, 비리비리 등 중국의 많은 빅테크가 과거 미국 증시에 상장해 왔는데 이들 대부분이 VIE 활용했다.
하지만 기술 분야가 미·중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은 이용자 개인 정보에서부터 민감한 지리 정보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한 자국의 기업들이 자국의 통제권이 닿지 않는 미국에서 상장하는 것을 잠재적인 안보 위협으로 여긴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실상 거의 모든 빅테크들이 이 구조(VIE)를 이용해왔는데, 기술기업들이 중국인들 삶의 거의 모든 면에 침투해 방대한 소비 데이터를 축적함에 따라 이는 중국 당국에 점점 더 큰 우려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7월 당국의 암묵적 경고에도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을 상대로 인터넷 안보 심사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 직후 중국 당국은 회원 100만명 이상의 인터넷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할 때 인터넷 안보 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함으로써 미국 상장을 막는 제도적 장애물을 설치했다.
자국의 확실한 통제권에 있는 홍콩과 본토 증시의 매력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중국은 2019년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는 특례 상장 보드인 과학혁신판을 설치했고, 이달에는 중소 혁신기업에 특화된 베이징증권거래소를 개장했다.
중국이 현재 기업공개(IPO)를 고민하는 자국 기업들에 발신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미국보다는 홍콩, 홍콩보다는 중국 본토에서 상장하라는 것이다.
실제 많은 중국 기업이 이런 당국의 요구에 순응하고 있다.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징둥, 바이두, 비리비리 등 미국 증시에 상장한 여러 빅테크가 이미 홍콩에서 2차 상장을 했다. 또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콰이서우(快手)처럼IPO를 통해 처음 상장하는 기업들이 미국 증시 대신 곧바로 홍콩 증시로 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 내년 알리바바·바이두 등 상폐 현실되나
이처럼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못 가게 막지만 반대로 미국 정부도 자국 증시로 오는 중국 기업을 골칫거리로 인식하고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에 도전했던 중국 루이싱커피가 2019년 4월 대형 회계 부정 사건을 일으켜 나스닥에서 퇴출당한 사건은 미국 증시에서 중국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 문제가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루이싱커피 사건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회계 감독권을 둘러싼 미·중 대립을 격화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자국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미국 증시로 진출한 중국 기업을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중국은 국가 주권을 앞세워 미국 증시에 상장한 자국 기업들이 PCAOB의 감사에 직접 응하는 것을 제한해왔다.
중국은 '주권'을 앞세워 타국 기관이 자국 기업을 조사하려면 반드시 정부 간 협조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에 상장한 세계 대부분 나라의 기업들과 달리 중국 기업만 특별대우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결국 미국은 작년 말 자국의 회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도록 규정한 '외국회사문책법'(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도입했다.
사실상 중국 회사들을 겨냥해 제정된 이 법은 PCAOB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 못한 외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PCAOB가 이 법의 상세 적용 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1년도 회계감사 분까지 미국 당국의 감리가 이뤄지지 않은 중국 기업들을 내년에는 퇴출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시장에서는 당초 이 법 통과 당시 이르면 2024년부터 미국 증시에서 퇴출당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중국 기업들의 무더기 증시 퇴출 사태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치킨 게임'을 벌이는 사이에서 눈치만 보는 처지다.
미국이 이제 법률을 근거로 PCAOB에 직접 회계 자료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2019년 증권법을 개정, 정부 승인 없이는 자국 회사가 자의적으로 외국 당국에 회계 자료를 제출할 수 없도록 '대못'을 박은 상태다.
미·중 양국이 극적인 합의를 하지 못한다면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대형 중국 인터넷 기술기업의 무더기 퇴출이 실제로 벌어져 세계 증시에 큰 충격파를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회사는 모두 230여개로 이들 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2조 달러(2천350조원)에 달한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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