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갑상선암이 착하다?…"세상에 착한 암은 없다"

입력 2021-12-08 06:13  

[김길원의 헬스노트] 갑상선암이 착하다?…"세상에 착한 암은 없다"
'착한 암' 표현이 갑상선암 위험 더 키워…'저위험 암'으로 표현해야
부부가 동시에 갑상선암 진단받는 사례도…체중조절·식습관 관리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갑상선암은 우리 몸의 대사와 체온조절을 담당하는 갑상선에 생긴 암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갑상선에 생긴 혹(결절)의 5∼10% 정도가 암으로 진단된다.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보면, 갑상선암은 남녀를 통틀어 국내 발생률 11.8%로 전체 암 중에서 2위를 차지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3배 정도 발병이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40∼50대에서 발병률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20대 이하 젊은 층에서도 갑상선암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 이후 수식어처럼 돼 버린 '착한 암'이라는 표현이 갑상선암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착한 암이라는 게 있을 수도 없을뿐더러, 갑상선암이 착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예후가 좋은 것만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연합뉴스와 서울암병원이 8일 공동으로 갑상선암의 진단과 치료, 예방법을 집중 조명해봤다. 인터뷰에는 서울대암병원 갑상선암센터 이규언 교수(외과), 조선욱 교수(내분비내과), 팽진철 교수(핵의학과), 유노을 교수(영상의학과)가 참여했다.
관련 내용은 연합뉴스 유튜브(통통TV) '김길원의 헬스노트'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다음은 주요 문답.
-- 갑상선은 어떤 조직인가.
▲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서 온몸에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에 불을 때는 호르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머리가 움직이고 숨을 쉬는 기본적인 생명현상에서부터 운동할 때 쓰는 근육이나 근력, 뼈, 소화할 때 쓰는 장기의 움직임이 이 갑상선 호르몬의 에너지 대사 작용을 통해 원활히 이뤄진다. 해부학적으로는 숨을 쉬는 기도, 음식물이 넘어가는 식도, 뇌를 잇는 경동맥 등의 주요 장기들을 보호막처럼 막아준다.
-- 갑상선암은 왜 생기나.
▲ 암이 발병하는 주된 원인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추정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무엇을 잘못해서, 무엇에 노출돼서, 무엇이 고장 나서 암이 생기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환경적인 측면의 역학 연구 결과를 보자면, 국내의 경우 음주, 흡연, 비만 등이 갑상선암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 갑상선암 과잉 진단과 치료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 갑상선암은 2000년대 들어 진단율이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사망률은 기존과 거의 비슷하게 낮게 유지되면서 과잉진단 논란이 있었다. 그동안 모르고 지나갔을 수 있는 질환을 너무 많이 찾아낸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의 빈도가 기존보다 늘어난 상관관계도 확인됐다.

-- 갑상선암은 주로 어떻게 진단되나.
▲ 예전에는 목에 뭔가 만져지거나 부었다고 느낄 때 검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초음파 진단기술이 아주 좋아지면서 0.3cm 이하의 아주 작은 덩어리조차도 암의 특징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진단이 굉장히 손쉬워졌다. 이런 덕분으로 요즘은 건강검진에서 초음파검사를 통해 진단되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 같다.
-- 갑상선암의 특징적인 증상이 있나.
▲ 기본적으로 만져지는 덩어리가 있을 수 있다. 또는 그보다 더 진행됐거나 위치가 안 좋을 때는 목소리가 나오는 신경을 건드려서 어느 날 갑자기 목이 쉬었는데 좋아지지 않고 목소리 변화가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인 양성 질환일 수도 있는 만큼 겁부터 먹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나서 갑상선염이 보고되는 사례도 꽤 있다.
-- 초음파 검사 외에 다른 진단법도 있나.
▲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 등이 쓰인다. 초음파 검사가 갑상선암 자체를 진단하고, 그 주변의 임파선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1차적인 영상기법이라면 CT는 수술하기로 정해진 경우, 초음파에서 놓쳤던 작은 전이가 있는지를 보기 위한 장비다. MRI는 CT보다는 잘 보이기 때문에 인접 구조물의 침범 여부 등을 판단하는 데 선택적으로 쓰인다. PET 검사는 전신적으로 전이가 있을법한 진행성 암에 한해 주로 활용된다.
--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결절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대처하는 게 가장 좋은가.
▲ 갑상선 결절은 전체 인구의 50% 이상에서 진단될 정도로 흔하다. 보통의 결절은 처음 발견한 이후 5년까지는 적어도 1~2년에 한 번씩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지켜보는 게 좋다. 마치 피부에 생긴 점이 흑색종이 아닌 이상 특별한 처치를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관찰을 하면서 모양이 변하는지, 새로운 게 생겼는지 등을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진단 당시 크기가 3∼4㎝를 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된다면 조직검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만약 악성도가 의심되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경우에는 이보다 작아도 조직검사를 한다.
--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인가.
▲ 착한 암이라는 건 마치 '착한 도둑놈'이라는 표현이 가지는 모순과 같다. 무엇보다 갑상선암은 종류가 많다. 가장 흔한 갑상선 유두암의 경우 다른 암에 견줘 예후가 좋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크기나 위치, 임파선 전이 여부에 따라 나눠 보면 예후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 특히 유두암 환자 10명 중 3명 정도는 전이가 있는 편이고, 치료 후 재발도 일어난다. 이 밖에 유두암을 제외한 나머지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 비슷하게 예후가 나쁜 편이다. 실제로 갑상선암을 가볍게 생각해 치료를 미뤘다가 예후가 좋지 않았던 환자들도 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외국에서는 착한 암이 아닌 '저위험 암'이라는 표현을 쓴다.

-- 갑상선암 고위험군이 따로 있나.
▲ 보통의 암에서는 약 5% 정도가 가족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갑상선암 가족력은 그보다 조금 더 높은 10% 정도가 된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갑상선암은 유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생활환경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종종 부부가 함께 갑상선암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동일한 생활 환경을 공유하는 게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따라서 환경적인 위험요인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 평소 체중조절을 위한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기를 당부한다.
-- 요즘 10세 전후에도 갑상선암이 발병한다는 보고가 나온다. 어떤 이유인가.
▲ 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에서 비켜서 있는 20대 이하 젊은층에서 갑상선암 진단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뚜렷한 증거를 잡지는 못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요오드의 과잉섭취다. 우리가 과거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던 시기와 달리 요즘은 칼로리 섭취가 과도해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의 10배에서 100배까지 요오드를 먹는 것으로 본다. 예컨대,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먹는 소금은 요오드가 많이 들어있는 바다 소금이지만, 미국 등 서양에서는 바다 소금은 굉장히 귀해서 합성 소금을 많이 쓴다. 물론 요오드 과잉 섭취가 갑상선암의 원인이 되느냐는 건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뭔가 취약점을 가진 사람에게 다량의 요오드가 들어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들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한 가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소금을 너무 많이 쓰는 등의 식습관은 갑상선암 예방 차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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