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핵 포기했던 우크라이나…종잇조각된 '안전보장'

입력 2021-12-10 05:20  

[이슈 In] 핵 포기했던 우크라이나…종잇조각된 '안전보장'
크림반도 침공 악몽 재현되나…러시아 침공설에 전전긍긍
"미·러 전략적 이익 불균형…미국, 군사적 개입 어려울 것"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27년 전 미국과 러시아의 안전보장 약속을 믿고 핵무기를 포기했던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풍전등화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옛 소련 해체와 함께 신생 독립국이 됐을 때만 해도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이었으나 핵 강국인 미국과 영국, 러시아의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으로 안전보장 협정이 무의미해진 데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둘러싼 갈등으로 또다시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놓여 있다.

◇ 안전보장 약속 믿고 핵 포기했던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신생 독립국이 됐을 당시 옛 소련이 보유했던 핵무기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176개의 핵미사일과 1천80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했다.
하지만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4개국이 체결한 부다페스트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했고 그 대가로 안전보장을 약속받았다.
이 안전보장 약속은 20년 만에 허무하게 깨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전격적으로 침공해 병합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은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수개월 동안 이어진 반(反)정부 시위 끝에 친(親)러시아 성향이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쫓겨나고 친 서방 성향이던 야권이 권력을 장악한 것이 계기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규군 대신 민병대를 침투시키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략'을 통해 러시아계 주민이 다수인 크림반도를 빠르게 장악했다.
부다페스트 협정 당사국인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항의하며 외교·경제적 제재 카드로 압박했지만 푸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취했던 주요 러시아 인사들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과 해외자산 동결 등의 외교적 제재가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부다페스트 협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약속했던 미국과 영국은 민병대를 앞세운 러시아의 '회색지대 전략'에 제대로 된 군사 대응도 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대규모 러시아 병력이 집결하면서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7년 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9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불균형하다"며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는 순망치한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겠지만 미국과 영국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만약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안전보장 협정은 그 자체만으로는 효력을 갖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美, 강력한 제재 방침 밝혔지만…"군사개입은 안할 것"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7년 만에 또다시 국제정치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러시아가 11만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집결시키며 곳곳에서 침공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 러시아가 내년 초 17만5천 명의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여러 전선에서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WP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지난봄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서 실시한 훈련에 동원된 병력의 2배 규모로 2022년 초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 121분간의 화상 회담에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침공할 경우 강력한 경제·비경제적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한 나토의 동진 정책 중단을 요구하며 긴장 고조의 책임을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 떠넘겼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이날 회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병력 배치를 크게 늘려 침공 우려가 제기되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열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에도 러시아가 막상 침공을 강행할 경우 이를 실질적으로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이든은 푸틴과 화상 회담을 한 다음 날인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다면 역대급 경제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미군 직접 배치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는 러시아를 국제결제시스템에서 퇴출하는 등의 경제적 제재 방안이 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천 교수는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해외에서 발생하는 군사 분쟁에 가급적 개입을 자제하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며 "미국 내 여론도 그렇고, 그만큼의 전략적 이익이 걸려있는 것도 아니어서 러시아가 침공하더라도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길주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크림반도 지역은 친 러시아계가 다수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체 지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7년 전과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며 "실질적 안보 이익이 걸려있는 유럽이 미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반 센터장은 "만약 우크라이나가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핵무기를 한 발이라도 갖고 있었더라면 재래식 무기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가 안보는 힘을 키우지 않고 제도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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