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권 금서 전쟁…텍사스 학교 도서관으로 번진 美 이념 갈등

입력 2021-12-11 05:31  

850권 금서 전쟁…텍사스 학교 도서관으로 번진 美 이념 갈등
인권선언·페미니즘 고전 '시녀 이야기'까지 문제 도서 지정
진보 단체·현지 교사 "정치적 접근이자 마녀사냥" 반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텍사스주 한 의원이 850권의 금서 목록을 지정하면서 현지 학교 도서관이 이념 갈등의 전쟁터로 변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텍사스가 교육, 인종, 젠더 이슈를 둘러싼 치열한 싸움으로 불타오르고 있다"며 "한 정치인이 학교 도서관에 850권의 특정 도서가 있는지 문제를 제기했고 많은 교사가 겁에 질렸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 맷 크라우스 주하원의원은 지난 10월 주 전역의 교육구에 질의서를 보냈다. 도서 850권을 사실상 금서 목록으로 지정하고 학교 도서관에 이 책들이 있는지 조사해 회신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주 법무장관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크라우스 의원은 "학생들이 인종이나 성(性) 때문에 불편함이나 죄책감, 괴로움 또는 다른 형태의 심적 고통을 느끼게 하는 자료"라며 문제 도서를 지정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크라우스의 도서 목록은 인종차별 반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낙태와 성 소수자 문제 등을 겨냥했다고 전했다.



850권은 '인종차별은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있는가', '미국의 흑인 역사'라는 제목의 책을 비롯해 '세계인권선언' 그림책, 페미니즘 고전소설인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등까지 포괄하고 있다.
샌안토니오의 노스이스트 교육구는 크라우스 금서 목록을 검토한 결과 414권이 학교 도서관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해당 도서를 계속 비치할지를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금서 목록은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CRT) 교육을 겨냥한 공화당의 이념 전쟁이 배경이 됐다.
이 이론은 미국 내 인종 차별이 개인이 아니라 백인이 주도해온 사회 시스템과 법률 차원의 구조적 문제라는 관점을 제공한다.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뒀던 작년 6월 "분열적이고 반미국적인 교육을 해선 안 된다"며 연방 기구의 인종차별 금지 훈련 프로그램에서 CRT 등이 들어간 내용을 빼도록 했다.



공화당 아성인 텍사스주는 CRT 교육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특정 인종이나 성(性)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본질적으로 인종차별, 성차별, 억압적이라는 개념"을 교과목에 반영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인종 차별이 백인 위주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CRT 이론을 반박한 것이다.
또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달 동성애 등 젠더 이슈를 겨냥해 "포르노 또는 음란물은 학교에 설 자리가 없다"며 학교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없애고 사법기관에 신고하도록 각 교육구에 지시했다.
진보 단체와 현지 교사들은 텍사스 공화당의 금서 목록과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 금지 등을 비판했다.
비영리기구 교육권 재단의 조 콘 이사는 "교사에게 한계를 설정해 숨 쉴 공간조차 주지 않고 호기심이 많은 학생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가"라고 반발했다.
텍사스주 교사협회 오비디아 몰리나 회장은 "850권 도서를 조사해달라는 요구는 정치적인 접근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지적했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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