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이민 100년] ② 조국 독립 위한 쌀 한숟가락…이역만리서 빛난 애국혼

입력 2021-12-13 07:22   수정 2021-12-13 07:52

[쿠바 이민 100년] ② 조국 독립 위한 쌀 한숟가락…이역만리서 빛난 애국혼
대한인국민회 지방회 중심으로 독립자금 모금해 임시정부 등에 송금
형편 어려우면 쌀 아껴서 헌금…서훈 미전수·미발굴 영웅도 많아


(아바나·마탄사스·카르데나스=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1920년대 쿠바 한인들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 곳에 있던 동포들이었다.
그러나 1만2천㎞ 떨어진 곳에서 고단한 삶을 살던 쿠바 한인들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백범일지'에도 "쿠바의 임천택, 박창운 등 모두가 임시정부를 후원"했다는 언급이 나온다.
쿠바 한인 독립운동의 구심점은 대한인국민회와 지방회였다.
마나티 항구를 통해 들어와 마탄사스로 이주한 한인들이 1921년 가장 먼저 대한인국민회 쿠바 지방회와 마탄사스 지방회를 설립했다. 이후 카르데나스와 아바나에도 지방회가 생겼다.
재미여자애국단의 요청으로 마탄사스 등에 대한여자애국단 지부도 결성됐고, 1943년엔 항일운동을 위한 재큐한족단도 만들었다.
이러한 단체들을 통해 한인들은 독립자금을 모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대한인국민회 총회와 임시정부에 송금했고, 유사시에 일본군과 싸울 병력을 파견하기 위해 군사훈련도 했다.

3·1운동 지지 집회 등을 통해 쿠바 정부와 현지인들을 상대로 한국의 독립 의지를 천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쿠바 한인들이 궁핍한 처지에도 임금을 쪼개 독립자금을 내놓은 것은 여러 사료를 통해 확인된다.
임천택(1903∼1985) 선생은 1954년 펴낸 '큐바이민사'에서 마탄사스 대한인국민회 총회와 김구 주석에게 보낸 광복군 후원금과 독립자금 내역을 열거하며 "1938∼1945년 8년 동안 납부한 성금은 총계가 1천489원 70전에 달해 30명 정도의 적은 회원 수로도 이같이 놀랄 만한 성금 효과를 나타냈다"고 적었다.
형편의 여의치 않으면 식구 수대로 쌀 한 숟가락씩 모아서 판 돈으로 뜻을 보태기도 했다고 임천택 선생의 딸 마르타 임 김(83)은 전했다.
1997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된 임천택 선생을 포함해 쿠바 한인 중 우리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이들은 모두 29명이며, 이중 10명에게 서훈이 전달됐다.

100년이 흐르며 조상의 한국 이름이 잊혀져 공적을 인정받고도 서훈을 전달할 후손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고, 입증 자료가 부족해 아직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2004년부터 쿠바 한인후손회를 이끈 안토니오 김 함 회장도 2015년 독립유공자로 건국포장이 추서된 김세원(1870∼미상) 선생이 작고한 자신의 조부 마누엘 김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다.
한인 4세 아나 박(55)은 증조부의 독립운동 관련 행적이 남아있지 않다고 안타까워하며 100년 전 떠나온 멕시코 메리다에라도 관련 자료가 남아있길 바란다고 했다.
마르타 임 김은 아버지 임천택 선생은 2004년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지만, 살아서 함께 독립을 염원하고 죽어서 함께 마탄사스에 묻혔던 어머니 김귀희 여사는 공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홀로 쿠바에 남았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한국과 쿠바가 단절된 상태로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쿠바 내에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한인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현재 쿠바엔 지방회관 터 등 8곳이 독립운동 사적지로 지정돼 있는데 대부분 변변한 표지판도 없다.
안타까운 여건 속에서도 후손들은 조상들의 독립 열망만큼은 가슴 깊이 기억하면서 해마다 광복절을 잊지 않고 기념한다.
후손들은 광복 후 남북으로 쪼개져 버린 조국이 지금도 마음 아프다.
안토니오 김 함 회장은 "우리에게 코레아는 하나"라며 "이념을 넘어 조국이 하나가 되고 헤어진 가족들도 만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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