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연주하면 총격…아프간 탈출 음악가들 포르투갈로

입력 2021-12-14 10:45  

노래 연주하면 총격…아프간 탈출 음악가들 포르투갈로
탈레반 재집권 후 라디오 방송·공공장소 음악 끊겨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연주 기회를 잃은 아프가니스탄 음악가들이 포르투갈로 이주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국립음악원(ANIM) 소속 학생과 교직원, 가족 등 270여 명이 전날 포르투갈 리스본 군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들은 올해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이후 탈출을 선택, 후원자들 도움으로 10월 카불을 떠나 카타르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포르투갈에 도착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재집권 후 '정상 국가'를 외치고 있지만, 현장의 탈레반 대원들은 1차 집권기(1996∼2001년)의 공포 통치를 되풀이하고 있다.
20년 전 아프간은 탈레반에 의해 극단적인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따르면서, 노래 부르기와 음악 감상이 금지됐다.
탈레반이 음악 금지를 공식적으로 부활시키지는 않았지만, 일부 지역 라디오방송에서 음악이 퇴출당했다.
운전자들은 검문소를 지날 때 음악을 끄고, 거리나 결혼식장에서 연주하던 음악가들은 생계 곤란에 처했다.
카불의 노래방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찾아와 아코디언을 부수고, 간판을 철거한 뒤 손님들에게 당장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한 카불 주민은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것을 멈췄다. 탈레반의 과거 집권기 경험 때문"이라며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10월 29일 밤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결혼식장에 탈레반을 자처한 무장 세력이 들어와 음악 연주 중단을 요구하며 다툼을 벌이다 하객들을 향해 총을 발사해 3명 이상이 숨졌다.



아프간 국립음악원 설립자이자 교장인 아흐맛 나세르 사르마스트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진군하자 학생들을 데리고 망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후원자들에게 요청했다.
아흐맛 교장은 리스본 도착 후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국립음악원을 이곳에 재건할 것이다. 아프간 음악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우리 모두의 목숨을 구해준 국제사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본래 연주하던 악기를 가지고 탈출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악기를 가지고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음악원 소속 학생 무르타자 마함마디는 "친구들이 웃는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하다"며 "이곳에서는 곡을 계속 연주할 수 있다. 그 점이 나와 친구들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 10월 아프간 여자축구 국가대표팀과 가족을 받아들이는 등 지금까지 700여 명의 아프간 난민을 끌어안았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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